에버노트 대안 찾다 옵시디언으로 — 15,000개 노트 통째로 갈아탄 후기
"유료 구독 중인데 새 노트를 저장하려니 한도가 찼다며 더 비싼 요금제를 권하더군요." 그 한 번에 열이 뻗쳐서, 몇 년 쓴 에버노트를 버리고 옵시디언으로 갈아탔습니다. 노트 15,000개를 통째로 옮긴 실제 순서를 적습니다.
이 글은 노트 앱을 갈아탄 후기입니다. 개발자의 마이그레이션 가이드가 아니라, 그냥 오래 쓰던 도구에 질려서 도망친 사람의 기록이에요. 에버노트를 몇 년 쓰며 쌓인 노트가 15,000개가 넘었는데, 그걸 다 짊어지고 옵시디언으로 넘어왔습니다. 왜 떠났는지, 뭘로 갈아탈지 어떻게 정했는지, 그 많은 노트를 실제로 어떻게 옮겼는지, 그리고 옮긴 뒤에 여러 기기에서 어떻게 (돈 안 내고) 같이 쓰는지까지 — 겪은 순서 그대로 옮깁니다.
📑 목차
- 1. 유료인데 새 노트도 못 만든다고?
- 2. 뭘로 갈아타나 — 책방에서 만난 옵시디언
- 3. 옵시디언이 뭐가 다른가 — 노트가 내 컴퓨터 파일이 된다
- 4. 노트 15,000개를 실제로 옮기기
- 5. 싱크도 유료? — 무료로 여러 기기 연동하기
- 6. 옮기고 나서 — 정리라는 다음 숙제
- 7. 정리 — 갈아타길 잘했나, 그리고 다음 편
▲ 왼쪽은 수십 개 노트북이 난립하던 이사 전, 오른쪽은 큰 상자 네 개(PARA)로 단순해진 이사 후. 이 글은 그 사이를 옮겨온 이야기입니다. (자체 제작 이미지)
1. 유료인데 새 노트도 못 만든다고?
에버노트를 떠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열받아서였어요.
계속 유료 전환을 권하는 안내에 지쳐가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새 노트를 하나 만들어 저장하려는데 이런 화면이 뜨더군요.
▲ 실제로 마주한 화면입니다. "한도 도달 · 현재 플랜은 1000개의 노트로 제한됩니다." 그리고 더 비싼 구독(연 14만 원대·월 19,000원)으로 올리라며, 그게 싫으면 고를 수 있는 유일한 다른 버튼은 "종료하고 노트를 만들지 않음" 이었습니다. (실제 캡처)
노트가 1000개 한도에 걸리자, 앱이 내민 선택지는 두 개뿐이었어요. 돈을 더 내거나, 아니면 노트를 만들지 말거나. "종료하고 노트를 만들지 않음"이라니 — 메모 앱한테 "그럼 메모를 하지 마"라는 말을 들은 셈이죠.
솔직히 그 순간 정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유료 안내를 견디며 써왔는데, 급기야 노트 하나 더 만들려면 상위 요금제를 사라니.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날부터 뭔가 다른 걸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노트 앱을 바꾸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이미 몇 년치 자료가 그 안에 다 들어 있으니까요. 그 15,000개를 어떻게 다 옮기나 싶어 미루고 있었는데, 마음이 한 번 떠나니 결국은 넘어오게 되더군요.
2. 뭘로 갈아타나 — 책방에서 만난 옵시디언
갈아탈 마음은 먹었는데, 그럼 뭘로 가느냐가 문제였습니다. 노트 앱은 종류가 많잖아요.
결정적인 힌트는 엉뚱한 데서 왔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그리고 X(옛 트위터)에서도, 옵시디언(Obsidian)이 지식 자료를 보관·정리하고 다시 꺼내 쓰는 데 특히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접한 거예요.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라, 자료가 쌓일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도구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제가 딱 그런 사용자였어요. 몇 년치 자료를 이고 지고 다니는.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료였습니다. 에버노트의 요금 압박에 질려 떠나온 마당이니, 이 점이 크게 다가왔죠.
한 가지 더, 알아볼수록 마음이 기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요즘 부쩍 눈에 띄던 게 옵시디언이 클로드(Claude) 같은 AI 도구와 유난히 잘 붙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이유는 뒤(§3)에서 자세히 풀겠지만, 핵심만 미리 말하면 이렇습니다. 옵시디언 노트는 내 컴퓨터 안의 평범한 텍스트 파일이라, AI에게 "이 폴더 노트들 읽고 정리해줘", "여기 자료 묶어서 새 문서로 만들어줘" 같은 일을 직접 시킬 수 있습니다. 클로드 같은 AI를 볼트에 연결하면 노트를 읽고·검색하고·새로 만들고·고치는 것까지 시킬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남의 서버에 갇힌 노트로는 이런 게 안 됩니다. AI를 본격적으로 써먹을 생각이 있던 저한테는 이게 은근히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 판단이 나중에 얼마나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옵시디언을 제 작업의 중심축으로 쓰게 된 §4·§6에서 드러납니다.)
그렇게 "무료인데 자료 정리에 강하고, AI랑도 잘 붙는다"는 세 박자에 이끌려 옵시디언을 깔아봤고, 이사가 시작됐습니다.
3. 옵시디언이 뭐가 다른가 — 노트가 내 컴퓨터 파일이 된다
쓰기 전에 딱 하나만 짚고 갈게요. 옵시디언이 에버노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옵시디언은 노트를 그 회사 서버가 아니라, 내 컴퓨터 안의 평범한 파일로 저장합니다. 정확히는 마크다운(.md)이라는 텍스트 파일이에요. 마크다운은 글자에 간단한 기호로 서식을 입히는 흔한 텍스트 형식이라,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메모장으로도 열립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에버노트에 넣은 노트는 사실 그 회사 서버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요금제를 바꾸거나 서비스를 접으면 내 자료가 볼모가 돼요. 방금 §1에서 겪은 "돈 내는데도 새 노트 못 만드는" 상황이 바로 그 종속의 얼굴입니다. 반면 옵시디언 노트는 처음부터 내 폴더 안의 내 파일입니다. 앱을 지워도 파일은 그대로 남고, 다른 앱으로 열 수도 있어요. 자료의 주인이 회사가 아니라 나인 거죠.
당시엔 여기까지만 알고 갈아탔는데, 나중에 보니 이 "내 파일로 저장된다"는 성질이 생각보다 훨씬 큰 선물이었습니다. 파일이 내 손 안에 있으니, 뒷날 AI 도구한테 "이 노트들 읽고 정리해줘" 같은 일까지 시킬 수 있게 됐거든요. 클라우드에 갇힌 노트로는 못 할 일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4. 노트 15,000개를 실제로 옮기기
마음의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진짜 이사입니다. 문제는 규모였어요. 노트가 15,000개가 넘었으니까요.
① 에버노트에서 통째로 내보내기. 다행히 이런 이사는 하나씩 손으로 옮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에버노트는 노트를 묶음 파일로 통째 내보내는 기능(export)을 제공합니다. 저는 노트를 노트북(폴더) 단위로 몽땅 내보냈어요. 세어 보니 노트북이 167개더군요. 몇 년간 주제별로 만들어둔 방들이었죠 — 재테크, 부동산, 시험 준비, 사업 스터디, 이것저것.
② 옵시디언 공식 임포터 플러그인으로 싹 가져오기. 내보낸 파일을 옵시디언이 읽는 형식(.md)으로 바꾸는 데는 옵시디언 공식 "Importer(임포터)" 플러그인을 썼습니다. 옵시디언 설정에서 켜기만 하면 되는 공식 플러그인인데, 에버노트 내보내기 파일을 지정하니 167개 노트북의 15,000개가 넘는 노트를 전부 .md 파일로 변환해 볼트로 싹 가져오더군요. 손으로 15,000개를 복사·붙여넣기 했다면 몇 달이 걸렸을 일이, 이 플러그인 하나로 끝났습니다.
여기서 옵시디언의 또 다른 강점을 실감했어요. 필요한 기능 대부분이 플러그인으로 이미 나와 있다는 점입니다. 이관용 임포터부터, 뒤에서 이야기할 기기 간 연동, 각종 자동화까지 — 공식·커뮤니티 플러그인이 방대해서, "이런 게 됐으면" 싶은 건 대개 누군가 만들어 뒀습니다. 앱 하나에 갇히지 않고 내 필요대로 확장해 나가는 재미가, 옵시디언을 오래 쓰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③ 폴더는 옛것 그대로가 아니라, PARA로 새로 짜기. 여기서 한 가지 결정을 했습니다. 에버노트에서 쓰던 167개 노트북 구조를 그대로 옮겨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대신 PARA라는 방식으로 폴더 뼈대를 새로 짰습니다.
PARA는 노트를 딱 네 개의 큰 상자로만 나누는 정리법입니다. Projects(진행 중인 일)·Areas(꾸준히 관리하는 영역)·Resources(참고 자료)·Archives(끝난 것) — 여기에 아직 분류 안 된 걸 잠시 두는 inbox(수신함)를 더한 구조죠. 폴더를 수십 개로 쪼개지 않아서 "이건 어디 넣지?"에서 막히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임포터로 가져온 에버노트 자료 15,000개는 일단 통째로 R(Resources·참고 자료) 폴더에 넣어뒀습니다. 몇 년치 수집물이니 대부분 "참고 자료"에 해당하기도 했고요.
왜 굳이 폴더 방식까지 바꿨느냐 — 여기에 이번 이사의 진짜 속내가 있습니다. 저에게 에버노트는 그냥 자료를 모아 두는 창고였어요. 수집하고 기록하는 기능, 딱 거기까지. 그런데 옵시디언은 그 이상을 맡길 참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노트가 내 파일이라 AI로 뭔가를 새로 만들고 굴리는 작업의 중심축이 될 도구니까요. 단순 창고가 아니라 작업의 허브가 될 거라면, 창고 시절의 폴더 구조를 그대로 답습할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옛 노트북 목차는 과거의 기록(R)으로 접어 두고, 앞으로 벌일 일(P·A) 중심으로 방을 새로 낸 겁니다.
▲ 내보내기 → 공식 임포터 플러그인으로 변환 → PARA 구조의 R 폴더에 안착 (자체 제작 이미지)
5. 싱크도 유료? — 무료로 여러 기기 연동하기
이사를 마치고 한숨 돌리는데, 새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는 노트를 집에 두고 24시간 켜 두는 맥 스튜디오에서도 보고, 들고 다니며 회사든 어디서든 쓰는 노트북(윈도우)에서도 보고, 폰에서도 봅니다. 세 기기에서 같은 노트를 봐야 하는데, 알아보니 옵시디언도 여러 기기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공식 싱크 기능은 유료더군요.
에버노트 요금에 질려서 도망 온 마당이라, 여기서 또 돈을 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여러 기기를 연동할 방법이 없나 찾아봤어요. 있더군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 Syncthing(싱크씽): 내 기기들끼리 직접 파일을 맞춰주는 무료 프로그램입니다. 중간에 회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내 맥 스튜디오·노트북·폰이 서로 폴더를 동기화해요. 자료가 남의 서버에 안 올라간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 Tailscale(테일스케일): 내 기기들을 마치 한 집 안의 네트워크처럼 안전하게 묶어주는 무료 도구입니다. 노트북을 들고 회사든 밖이든 나가서도, 집에 켜 둔 맥 스튜디오의 노트에 안전하게 닿게 해줍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공식 유료 싱크 없이도, 집의 맥 스튜디오·들고 다니는 노트북·폰에서 같은 노트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설정에 약간의 품은 들지만, 한 번 잡아두면 그다음부턴 알아서 굴러갑니다. 매달 나가는 구독료 없이요. (이 무료 연동을 처음부터 따라 잡는 방법은 내용이 길어서, 나중에 별도 편으로 자세히 풀어볼 생각입니다.)
▲ 회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내 기기끼리 직접 맞추는 무료 동기화 (자체 제작 이미지)
6. 옮기고 나서 — 정리라는 다음 숙제
그래서 해피엔딩이었냐면, 절반만 그렇습니다.
노트 15,000개를 무사히 옮기고, PARA로 큰 뼈대를 세우고, 무료로 여러 기기까지 연동했으니 큰 산은 넘었어요. 그런데 막상 자리를 잡고 보니 새 숙제가 보였습니다. 폴더의 큰 상자는 만들었지만, R(자료) 안에 15,000개가 뭉텅이로 들어앉아 있다는 거예요. 큰 방은 나눴는데 그 방 안이 여전히 뒤죽박죽인 셈이죠. 게다가 이관 뒤로 새 자료가 계속 쌓이니, "이 안을 어떻게 세부까지 정돈하나" 싶더군요.
15,000개를 사람 손으로 하나씩 다시 분류하는 건 애초에 제가 못 할 일이었습니다(그걸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노트가 이렇게 쌓이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다음 단계로, AI 도구한테 이 정리를 맡기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3에서 말한 "노트가 내 파일이라 AI가 직접 다룰 수 있다"는 그 성질이, 여기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 이야기 — 옮겨온 뒤 볼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최적화했는지 — 는 이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7. 정리 — 갈아타길 잘했나, 그리고 다음 편
결론부터 말하면, 갈아타길 잘했습니다.
물론 옵시디언이 만능은 아니에요. 처음 세팅(특히 무료 싱크)엔 에버노트에 없던 약간의 손품이 듭니다. 자동으로 다 되던 것에 익숙한 분이라면 초반이 번거로울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손품을 한 번 치르고 나면, 자료의 주인이 회사에서 나로 바뀝니다. 요금제에 볼모 잡힐 일도, 돈 내고도 새 노트 못 만드는 황당한 일도 없어졌고요.
정리하면 제 이사의 뼈대는 이렇습니다. ①유료 압박에 질려 떠나기로 마음먹고, ②무료이면서 자료 정리에 강하다는 옵시디언으로 정했고, ③에버노트에서 통째로 내보내 변환해 15,000개를 옮겼고, ④공식 유료 싱크 대신 무료 도구로 여러 기기를 연동했다. 노트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쌓였는데 매달 나가는 구독료가 아깝다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길입니다.
이번 편은 "옮기기"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옮겨온 뒤 그 많은 노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최적화했는지 — AI에게 정리를 맡긴 과정을 이어가겠습니다. 노트 앱을 쓰는 김에 AI 자동화 전반이 궁금하시다면, 노코드 AI 자동화 도구 3가지, 언제 뭘 쓰나 편이 전체 지도를 그려줍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과 개인 경험 공유를 목적으로 하며, 작성 시점(2026년 7월) 기준입니다. 에버노트·옵시디언의 요금·기능·내보내기 방식과 Syncthing·Tailscale의 설정 방법은 각 공식 페이지에서 바뀔 수 있으니, 결제·설치 전 원문을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본문의 규모·경험은 필자의 실제 이관에서 있었던 일이며, 결과는 노트 상태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정 제품 사용을 권유·보장하지 않습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 옵시디언 공식 사이트: obsidian.md - Syncthing 공식 사이트: syncthing.net - Tailscale 공식 사이트: tailscale.com - (연재 내부) 노코드 AI 자동화 도구 3가지, 언제 뭘 쓰나: with curiosity - (연재 내부·예정) 옵시디언 정리·최적화 편: 다음 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