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 자동화 3편 — 텔레그램으로 던지면 노트가 되고, 음성은 받아써진다
옵시디언 자동화를 해놓고도 노트가 안 늘더라. 정리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애초에 뭘 안 넣고 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이번엔 '입구'를 손봤다.
앞의 두 편에서 나는 정리하는 쪽만 팠다. 옮겨온 옛 노트는 건드리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것만 자동으로 분류하게 했고, 그다음엔 요약과 태그까지 AI가 붙이게 했지. 잘 돌았다. 근데 한 달쯤 지나서 통계를 보니 웃긴 상황이더라. 분류기는 열심히 돌아가는데 분류할 물건 자체가 하루 두세 개밖에 안 들어오는 거다. 지하철에서 좋은 글 읽고, 걸어가다 아이디어 떠오르고, 회의 끝나고 할 말 정리하고 싶었던 순간은 하루에 열 번도 넘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노트가 생긴다면, 그건 그냥 안 생기는 거다.
그래서 이번 편은 정리가 아니라 수집이다. 폰에서 던진 게 노트가 되게, 말한 게 글자가 되게.
📑 목차
- 1. 정리를 자동화했는데 왜 노트가 안 늘었나
- 2. 만든 것 — 입구 두 개짜리 파이프라인
- 3. 텔레그램 봇 만들기, 여기까진 코딩 0
- 4. 받는 쪽은 클로드코드한테 시켰다
- 5. 음성 메모, 이게 제일 크게 바뀌었다
- 6. 3주 굴리며 밟은 지뢰 4개
- 7. 그래서 할 만한가
▲ 흐릿한 도시 야경과 지하철 손잡이를 배경으로, 손에 쥔 폰의 텔레그램 대화창에 메모와 30초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 (자체 제작 이미지)
1. 정리를 자동화했는데 왜 노트가 안 늘었나
이유는 단순했다. 노트를 남기려면 폰에서 앱을 열고, 볼트가 동기화되길 기다리고, 새 노트를 만들고, 제목을 치고, 폴더를 골라야 했으니까. 여섯 단계. 신호 기다리는 40초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반면 텔레그램은? 이미 하루에 수십 번 열고 있다. 창 열려 있고, 입력창에 커서 있고, 음성 버튼도 거기 있다. 마찰이 0에 가깝다는 게 핵심이더라. 노트 앱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 이 순간 이미 열려 있는 앱'을 못 이긴다.
정리 자동화가 헛수고였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뒤가 자동이니까 앞을 막 던져도 되는 거였다. 대충 던져도 알아서 폴더 잡히고 요약 붙는다는 걸 알고 나니까 던지는 심리적 문턱이 확 낮아졌다. 순서가 좀 거꾸로였을 뿐이고.
2. 만든 것 — 입구 두 개짜리 파이프라인
전체 그림부터.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내가 하는 행동은 "텔레그램에 뭔가 보낸다" 하나뿐이다.
폰(텔레그램) ──▶ 봇 ──▶ 내 컴퓨터에서 도는 스크립트
│
┌─────────────┼─────────────┐
텍스트 음성 유튜브 링크
│ │ │
그대로 받아쓰기 자막 가져오기
│ │ │
└─────────────┴──────────────┘
▼
옵시디언 볼트 inbox/에
.md 파일로 저장
▼
(여기부터는 1·2편에서 만든 것들이
분류·요약·태그를 알아서 처리)
용어 하나만 풀고 가자. 여기서 말하는 봇(bot)은 사람 대신 메시지를 주고받는 자동 계정이다. 카톡 플러스친구 같은 건데, 내가 직접 만들고 내 컴퓨터만 그 메시지를 읽어간다. 남한테 공개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나 혼자 쓰는 우편함에 가깝다.
핵심은 마지막 화살표다. 새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니라 이미 돌아가던 파이프라인 앞에 입구만 붙였다. 저장 위치도 그냥 inbox/ 하나. 분류 기준을 이미 만들어둔 상태라 던지기만 하면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참고로 이런 연결은 n8n 같은 노코드 도구로도 만들 수 있다. 텔레그램 트리거가 기본으로 있으니까. 나는 볼트가 내 컴퓨터 안에만 있고 파일을 직접 만져야 해서 클로드코드로 갔다. 둘 중 뭘 고를지 감이 안 오면 도구 3가지 비교를 먼저 보고 오는 걸 권한다. 클라우드로 돌릴지 내 컴에서 돌릴지는 n8n 클라우드 vs 자체호스팅 편이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고.
▲ 폰에서 봇, 받는 스크립트, 텍스트·음성·유튜브 링크 세 갈래 처리를 거쳐 옵시디언 볼트 inbox 폴더에 마크다운으로 저장되는 자동 저장 흐름도 (자체 제작 이미지)
3. 텔레그램 봇 만들기, 여기까진 코딩 0
이 부분은 진짜 5분이다. 클릭이랑 타이핑 몇 번이 전부.
텔레그램에서 BotFather를 검색해서 대화를 연다. 이름 옆에 파란 체크 있는 계정이 진짜다. 거기에 /newbot이라고 보내면 봇 이름이랑 아이디를 물어보고, 다 답하면 길쭉한 글자 뭉치를 하나 준다. 그게 토큰이다. 비밀번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거 있으면 누구든 내 봇을 조종할 수 있으니 캡처해서 어디 올리거나 하면 안 되고.
토큰을 받았으면 내가 만든 봇을 검색해서 아무 말이나 한 줄 보내둔다. 이게 은근 중요한데, 봇은 먼저 말을 걸 수 없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어줘야 대화방이 열린다.
여기까지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나머지는 다음 장에서 시킨다.
4. 받는 쪽은 클로드코드한테 시켰다
클로드코드가 뭔지, 어떻게 까는지는 설치부터 정리한 편에 다 있으니 여기선 건너뛴다. 터미널 자체가 부담이면 코워크 쪽이 편할 수도 있는데, 이 작업은 내 컴퓨터 폴더에 파일을 계속 써야 해서 코드 쪽이 맞다.
처음에 나는 "텔레그램으로 보낸 거 옵시디언에 저장되게 해줘"라고 던졌다. 당연히 이상한 게 나왔지 ㅋㅋ 어디에, 어떤 이름으로, 무슨 내용을 넣을지 하나도 안 알려줬으니까. 지시문 구체화 6가지에서 정리한 그 실수를 내가 또 한 거다. 두 번째로 다시 쓴 게 대략 이런 모양이었다.
파이썬으로 텔레그램 봇 수신 스크립트를 만들어줘.
- 봇 토큰은 코드에 직접 쓰지 말고 .env 파일에서 읽어와
- 30초마다 새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
- 텍스트 메시지면:
~/Vault/inbox/YYMMDD-HHMM.md 로 저장
파일 맨 위에 받은 시각과 원문 링크(있으면) 기록
- 같은 메시지를 두 번 저장하지 않게, 처리한 메시지 번호는
따로 파일에 남겨두고 다음 실행 때 비교해
- 실패하면 조용히 죽지 말고 텔레그램으로 나한테 실패 사유를 보내
바로 만들지 말고 계획부터 보여줘.
마지막 줄이 제일 중요하다. 계획을 먼저 보면 어긋난 부분을 미리 잡을 수 있고, 헛돈도 안 나간다. 이런 습관이 실제로 비용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돈 줄이는 5가지 습관 편에 따로 정리해뒀다.
그리고 중복 방지, 이거 넣으라고 꼭 말해야 한다. 안 그러면 30초마다 같은 메시지를 다시 저장해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똑같은 노트가 백 개 쌓여 있다. 물어보지 마라 ㅠㅠ
돌려보고 잘 되면 "이 규칙들 CLAUDE.md에 정리해둬"라고 한마디 더 시킨다. 다음에 고칠 때 처음부터 설명 안 해도 되니까. 이 파일이 뭔지도 프롬프트 편에 있다.
자동 실행은 나중 문제로 미뤘다가 결국 크론(정해진 시각에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돌려주는 운영체제 기능)에 걸었다. 맥이면 launchd, 윈도우면 작업 스케줄러. 노트북을 안 켜두는 사람이라면 n8n으로 매일 아침 자동 발송 만들던 방식처럼 클라우드에 올려두는 게 낫고. 매일 정해진 시각에 결과를 받아보는 구조 자체가 궁금하면 /schedule 딥다이브에 리포트 설계까지 풀어놨다.
5. 음성 메모, 이게 제일 크게 바뀌었다
솔직히 텔레그램 텍스트 저장은 그냥 편한 정도였다. 판을 바꾼 건 음성 쪽.
텔레그램 마이크 버튼 꾹 눌러서 30초 떠들면, 그게 봇한테 오디오 파일로 온다. 그걸 받아쓰기 프로그램에 넣으면 텍스트가 되고, 그 텍스트가 노트가 된다. 나는 위스퍼(Whisper)를 썼는데, 오픈AI가 공개한 음성인식 모델이고 소스가 공개돼 있어서 내 컴퓨터에서 무료로 돌릴 수 있다. 맥에서 가볍게 돌리려면 whisper.cpp라는 다시 만든 버전이 빠르더라. 컴퓨터가 느리면 API로 서버에 맡길 수도 있는데, 그건 분 단위로 돈이 든다. 단가는 자주 바뀌니까 결제 전에 공식 가격 페이지를 직접 볼 것.
한국어 인식률은 예상보다 좋았다. 조용한 데서 또박또박 말하면 거의 안 틀리고, 길에서 말하면 서너 단어가 깨진다. 근데 깨져도 별문제가 아닌 게, 어차피 이건 최종 원고가 아니라 나중에 내가 알아볼 단서라서. 문맥 보면 다 복원된다.
받아쓴 원문을 그대로 두면 읽기가 괴로워서 한 단계를 더 붙였다. 말한 거 그대로랑, 그걸 정리한 요약을 같이 저장하게 했다.
음성 메시지를 받으면:
1) whisper로 받아쓰기
2) 받아쓴 원문은 노트 아래쪽에 '원문' 항목으로 그대로 보존
3) 위쪽엔 3~5줄 요점 정리
- 없는 내용 지어내지 말고, 안 들린 부분은 [...]로 표시
4) 파일 제목은 내용 기준 15자 이내로
없는 내용 지어내지 말라는 줄, 넣어야 한다. 안 넣으면 웅얼거린 부분을 그럴듯하게 메꿔놓는다. 나중에 그 노트 보고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착각하면 그게 더 위험하지.
3주 써보니 산책하면서 하는 메모가 제일 쓸 만했다. 앉아서 쓸 땐 문장부터 다듬느라 생각이 안 나가는데, 걸으면서 말하면 어수선해도 양이 나온다. 이 글 초안도 절반은 걸어다니면서 떠든 거고.
키보드 앞에선 안 나오던 말이 왜 길에선 나오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 음성 메시지 한 건이 요점 정리와 받아쓴 원문 두 블록으로 나뉘어 마크다운 노트 파일로 저장된 터미널 화면 (자체 제작 이미지)
6. 3주 굴리며 밟은 지뢰 4개
첫째, 파일 크기 제한. 봇으로 받을 수 있는 파일은 20MB까지다. 음성 메모는 웬만해선 안 걸리는데, 회의 녹음 파일 통째로 던지다가 몇 번 막혔다. 지금은 긴 녹음은 그냥 폴더에 직접 넣는다.
둘째, 토큰이 코드 안에 박혀 있던 문제. 처음엔 급해서 코드에 그냥 써버렸는데, 나중에 그 스크립트를 다른 데 복사하면서 토큰까지 딸려갔다. 다행히 개인 봇이라 별일은 없었지만 식은땀 나더라. .env 파일로 빼는 데 3분 걸린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
셋째, 조용한 실패. 밤새 안 돌고 있었는데 아무도 안 알려줘서 다음 날 오후에야 알았다. 원인은 인터넷 끊김 한 번이었고. 지금은 실패하면 봇이 나한테 이유를 말해준다. 성공하면 아무 말 안 하고. 이 균형이 중요하더라, 성공까지 알려주면 알림 피로로 결국 다 무시하게 된다.
넷째, 저장 폴더를 처음부터 여러 개로 나누려 했던 것. 링크는 여기, 음성은 저기, 아이디어는 또 저기… 3일 만에 접었다. 어디에 넣을지 봇이 고민하기 시작하면 잘못 넣는 사고가 나는데, 전부 inbox/ 하나에 넣고 뒤쪽 분류기한테 맡기니까 사고가 사라졌다. 입구는 하나여야 한다. 엑셀 취합을 자동화할 때 "폴더 하나부터 정하라"고 썼던 것과 똑같은 얘기고.
한글 파일명이 미묘하게 안 맞아서 중복 파일이 생기는 함정도 여전히 있는데, 그건 1편에서 이미 한참 떠든 내용이라 여기선 링크로 갈음한다. 옵시디언으로 갈아타는 것 자체를 고민 중이면 15,000개 이관 후기부터 보는 게 순서고.
7. 그래서 할 만한가
솔직하게. 이건 카드 명세서를 경비 보고서로 바꾸는 일처럼 시간이 딱 떨어지게 절약되는 종류가 아니다. 노트 하나 만드는 데 원래 1분 걸리던 게 10초가 된 건데, 그거 아끼자고 반나절 붙잡고 있는 게 합리적이냐 하면 계산상으론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하루에 남기는 메모 수가 두세 개에서 열 개 넘게 늘었다는 것 하나다. 아낀 시간이 아니라, 원래 그냥 사라지던 걸 붙잡게 된 쪽이 크다.
물론 이게 모두에게 필요한 구조는 아니다. 노션이나 애플 메모처럼 폰 앱이 이미 잘 돼 있는 도구를 쓴다면 굳이 이럴 이유가 없고, 옵시디언 공식 동기화를 결제해서 폰에서 바로 쓰는 방법도 있다. 내 경우는 볼트를 내 컴퓨터에만 두고 싶었고, 들어온 걸 파일 단위로 직접 주무르고 싶어서 이 길로 온 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3주 굴려본 걸로 주절거린 것 같긴 한데, 적어도 매일 돌고는 있다.
3줄 요약 - 정리를 자동화해도 넣는 게 없으면 소용없다. 손댈 곳은 입구였다. - 텔레그램 봇(5분·코딩 0) + 받는 스크립트(클로드코드) + 받아쓰기, 이 세 조각이 전부다. - 저장 폴더는 하나로, 중복 방지는 꼭, 실패는 반드시 알림. 이 셋만 지키면 며칠 만에 자리 잡는다.
폰에 메모 앱 세 개 깔아놓고 어디다 썼는지 못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하다. 완벽하게 만들려 하지 말고 텍스트 저장 하나만 먼저 돌려봐. 그거 되면 나머진 붙이기 쉽다. 화이팅!
이 글은 개인 경험을 정리한 후기이고, 작성 시점(2026년 7월) 기준 정보다. 요금·기능·제한 용량은 각 서비스가 언제든 바꿀 수 있으니 결제나 설치 전에 공식 문서를 직접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특정 제품의 사용을 권유하거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참고한 공식 자료 - 텔레그램 봇 만들기(BotFather): core.telegram.org/bots/features - 텔레그램 봇 API — 메시지 수신: getUpdates - 텔레그램 봇 API — 파일 받기·용량 제한: getFile - 음성 받아쓰기(오픈소스): OpenAI Whisper - 맥에서 가볍게 돌리는 버전: whisper.cpp - 받아쓰기 API 가격(변동 확인용): platform.openai.com — pricing - 클로드코드 개요: code.claude.com/docs - 클로드코드 설치·설정: code.claude.com/docs/setup - 옵시디언 공식 사이트: obsidian.md
이 글은 정보 제공이 목적이고, 작성 시점 기준이다. 요금·기능·정책은 이후 바뀔 수 있으니 결제·설치 전 공식 페이지를 한 번 확인하는 게 좋다. 특정 제품 사용을 권유하거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