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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 지식관리의 마지막 조각 — 노트가 서로 엮인 개인 위키를 만들었다 (세컨드브레인 후기)

7월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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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 지식관리의 마지막 단계는 폴더도 태그도 아니었다. 노트끼리 엮는 거였다.

세컨드브레인(second brain, 머리 대신 기억해주는 개인 지식 저장소)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땐 좀 오글거렸다. 나한텐 그냥 노트 15,000개가 쌓인 폴더였으니까. 검색은 되는데, 정확한 단어를 내가 먼저 기억해내야 나온다. 그게 무슨 제2의 뇌야 ㅋㅋ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게 이거다. 노트를 옮기고, 분류하고, 요약까지 시킨 다음에 남은 일 하나. 노트들을 서로 엮는 것. 오늘은 그 후기다.

📑 목차

노트 연결망이 표시된 노트북 화면과 노트 15,000개·등장 2회 이상·원본 무수정 원칙을 함께 보여주는 표지 이미지 ▲ 노트 연결망이 표시된 노트북 화면과 노트 15,000개·등장 2회 이상·원본 무수정 원칙을 함께 보여주는 표지 이미지 (자체 제작 이미지)


1. 폴더를 아무리 잘 나눠도 안 찾아지는 이유

에버노트에서 15,000개를 통째로 옮겨온 게 시작이었고, 옛날 노트는 손대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것만 자동 분류하게 붙여뒀다. 그다음엔 한 줄 요약과 태그까지 자동으로 달리게 했고. 여기까지 오면 창고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

근데 반년쯤 쓰고 나니까 이상한 걸 알았다. 정리는 됐는데 안 꺼내진다.

이유가 뭘까 한참 생각했는데, 결론은 이거였다. 검색은 '단어'로 하고 기억은 '사람과 사건'으로 남는다는 것. 나는 "작년에 그 사람이 말한 그거"로 기억하지, "2025-11-14_회의록"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태그도 마찬가지더라. #AI #투자 이런 큰 덩어리는 붙여봤자 수백 개가 걸린다. 폴더는 노트를 한 군데에만 넣을 수 있고. 근데 실제 노트 한 장에는 사람 세 명, 회사 두 곳, 개념 다섯 개가 동시에 들어있잖아. 애초에 한 칸에 넣는 게 불가능한 물건이었던 거지.

정리를 못 해서가 아니라, 정리 방식이 노트 생김새랑 안 맞았던 거였다.

2. '위키로 엮는다'가 무슨 말이냐면

위키(wiki)라고 하면 나무위키나 위키백과가 먼저 떠오를 텐데, 구조만 보면 별거 아니다. 주제 하나당 페이지 하나, 그리고 다른 페이지 이름이 나올 때마다 링크로 걸어두는 것. 그게 전부다.

여기서 용어 두 개만 풀고 가자.

엔티티(entity)는 '개체'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이름이 붙는 대상이다. 사람, 회사, 제품, 개념, 지명 같은 것. "제프리 힌튼", "엔비디아", "환율", "PARA 정리법" 전부 엔티티다. 노트를 주제로 나누는 대신, 노트 안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뽑아내는 게 핵심이고.

역링크(백링크, backlink)는 반대 방향 링크다. A 노트에서 B를 링크하면, B 페이지를 열었을 때 "나를 가리키는 노트는 A입니다"라고 알아서 목록이 뜬다. 옵시디언은 이걸 기본으로 지원한다. 대괄호 두 개로 [[이름]]이라고 쓰면 링크가 되고, 하단 백링크 창에 역방향 목록이 자동으로 쌓이는 식. 참고로 옵시디언 앱 자체는 개인 사용이면 돈 안 든다.

그래서 "엮는다"는 건 결국, 사람 이름 페이지 하나 만들어두면 그 사람이 나온 회의록·기사 스크랩·읽은 책 메모가 전부 그 페이지 아래 저절로 모인다는 뜻이다. 내가 폴더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는 이름만 기억하면 되고.

문제는 15,000개를 사람 손으로 훑으면서 이름을 뽑을 수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이 부분을 AI한테 넘겼다.

노트 세 장에서 같은 인물 이름을 뽑아 위키 페이지 하나로 모으고 역링크가 되돌아오는 구조를 그린 개념도 ▲ 노트 세 장에서 같은 인물 이름을 뽑아 위키 페이지 하나로 모으고 역링크가 되돌아오는 구조를 그린 개념도 (자체 제작 이미지)

3. 실제로 시킨 순서 6단계

클로드코드로 돌렸다. 터미널에서 한국어로 시키면 내 컴퓨터 안의 파일을 직접 읽고 쓰는 도구인데, 폴더 통째로 훑는 작업엔 이만한 게 없더라. (아직 뭘로 시작할지 못 정했다면 노코드 AI 자동화 도구 3가지 비교부터 보고 오는 게 순서다.)

1) 전체 말고 최근 1년치부터. 이게 제일 중요했다. 처음엔 당연히 15,000개 다 돌리려다가, 100개로 시험해보고 계획을 갈아엎었다. 뒤에 나올 사고들이 여기서 다 보였거든.

2) 이름 뽑기. 노트 본문을 읽고 인물·조직·개념·도구 이름만 뽑아 목록으로 내놓게 했다. 이때 "노트에 실제로 적힌 표현만 뽑고, 추측해서 보태지 마라"를 지시문에 못 박아야 한다. 이거 안 하면 4장에서 고생한다.

3) 등장 횟수로 거르기. 뽑힌 이름을 전부 페이지로 만들면 안 된다. 두 번 이상 나온 것만 남겼다. 한 번만 스쳐간 이름은 링크할 데가 없어서 페이지가 텅 빈다.

4) 페이지 생성. 이름 하나당 마크다운 파일 하나. 안에는 한 줄 정의, 별칭 목록, 등장한 노트 링크만. 장황한 설명은 넣지 말라고 했다.

5) 링크는 위키 쪽에만 심기. 원본 노트 본문을 고쳐서 [[ ]]를 박아넣는 방식도 있는데, 나는 안 했다. 15,000개 원본을 일괄 수정했다가 뭐 하나 틀어지면 되돌릴 자신이 없어서. 위키 페이지가 원본을 가리키게만 해도 역링크는 똑같이 보인다.

6) 색인 한 장. 가나다순 인덱스 페이지를 만들어서 매일 밤 갱신되게 걸어뒀다.

지시문 자체를 어떻게 쓰느냐로 결과가 갈리는 작업이라, 막히면 비개발자 지시법 6가지 쪽을 먼저 보는 게 빠를 거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노트는 이미 텔레그램으로 던지면 자동 저장되게 해둔 상태라, 위키 갱신도 그 파이프라인 끝에 한 칸 붙이는 걸로 끝났다.

4. 15,000개에 돌렸다가 터진 것들

솔직히 이 장이 이 글의 본론이다.

동명이인과 표기 흔들림이 1번 지뢰였다. "제프리 힌튼", "힌턴", "Hinton", "G. Hinton"이 전부 다른 페이지로 생겼다. 한글 표기가 안 정해진 외국 이름은 거의 다 이랬고, 회사명은 "구글"과 "Google"과 "알파벳"이 따로 놀았다. 해법은 별칭이었다. 페이지마다 aliases 항목을 두고 다른 표기를 전부 몰아넣은 다음, 대표 이름 하나로 합치게 했다. 이걸 사람이 확인 안 하고 AI한테 맡기면 엉뚱한 두 사람을 합쳐버리기도 하니, 합치기 후보는 목록으로 뽑아 내가 눈으로 봤다.

2번은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거였다. 인물 페이지에 "한 줄 정의"를 쓰라고 시켰더니, 내 노트에는 없는 경력이 슬쩍 들어와 있더라. 얘가 자기 지식으로 채운 거다. 위키인 척하는 노트에 이런 게 섞이면 나중에 그걸 사실로 알고 인용하게 되니까 꽤 위험하다. 그래서 정의 문장은 원문에서 그대로 인용하고 출처 노트 링크를 붙이게 바꿨다. 인용할 문장이 없으면 비워두라고 했고.

3번, 이름이 너무 많이 뽑혔다. 필터 없이 돌렸을 때 3만 개가 넘게 나왔다. "회의", "일정", "정리" 같은 것까지 개념으로 잡아버린 탓. 등장 2회 기준에 더해서 일반명사 제외 목록을 만들고 나서야 쓸 만한 규모로 줄었다.

4번은 돈이다. 노트 전부를 좋은 모델로 읽히면 비용이 훅 오른다. 나는 초벌 추출을 로컬에서 도는 무료 모델한테 시키고, 애매한 것만 클라우드로 다시 물었다. 이 씀씀이 조절은 비용 아끼는 5가지 습관 쪽에 따로 정리해뒀다.

마지막으로 권한. 노트 폴더 전체에 쓰기 권한을 열어놓고 대량 작업을 돌린다는 건, 뭐가 잘못되면 전부 망가진다는 뜻이다. 자동 승인 범위를 어디까지 열지는 승인·자동실행 안전 세팅에서 다뤘고, 시작 전 백업이 왜 필수인지는 이미 정리 편에서 크게 데인 적이 있다.

같은 인물과 회사의 표기 여러 종이 별칭 목록으로 합쳐지기 전후를 나란히 비교한 터미널 화면 ▲ 같은 인물과 회사의 표기 여러 종이 별칭 목록으로 합쳐지기 전후를 나란히 비교한 터미널 화면 (자체 제작 이미지)

5. 그래서 요즘 이걸 어떻게 쓰나

바뀐 건 딱 하나다. 검색창을 안 연다. 이름 페이지를 연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 얘기를 쓸 일이 생기면, 그 회사 페이지를 열고 역링크 목록을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3년 전 기사 스크랩, 작년 회의록, 두 달 전 팟캐스트 메모가 시간순으로 한 화면에 있다. 예전 같으면 회사명으로 검색해서 200개 결과를 헤맸을 일이고.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의외로 별로였던 것도 있다. 그래프 뷰. 점과 선이 우주처럼 퍼지는 그 화면 말이다. 스크린샷 찍기엔 멋진데 실무에선 거의 안 쓰게 되더라 ㅎㅎ 노트가 만 개 넘어가면 그냥 털뭉치라서, 뭘 읽어낼 수가 없다. 실제로 쓰는 건 화면 구석의 백링크 목록 쪽이었다.

그리고 이 위키가 진짜 값을 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AI한테 뭘 물어볼 때다. 예전엔 "내 노트에서 찾아봐"라고 하면 검색어에 걸린 것만 물어왔는데, 이제는 이름 페이지 하나를 통째로 던져주면 된다. 맥락이 이미 한 장에 모여 있으니까. 밖에서 자료를 긁어와 붙일 일이 있으면 크롤링 입문 쪽 방식으로 모아서 같은 위키에 얹는다.

6. 안 해도 되는 사람, 그리고 정리

이걸 굳이 할 필요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노트가 몇백 개 수준이면 하지 마라. 그 정도는 검색으로 다 찾아진다. 위키는 "검색이 안 먹히기 시작한" 규모에서만 값을 한다. 그리고 노트 성격이 단일하면(전부 일기라든가, 전부 코드 조각이라든가) 엮을 이름 자체가 별로 없다. 사람·조직·개념이 이리저리 겹쳐 나오는 자료여야 그물이 생긴다.

솔직히 한계도 있다. 위키 페이지의 정확도는 결국 원본 노트 품질을 못 넘는다. 내가 대충 적어둔 메모는 대충 엮인다. 자동으로 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내가 쌓아둔 걸 꺼내기 쉽게 재배열하는 작업일 뿐이라는 것. 이걸 헷갈리면 실망한다. 나도 처음엔 뭔가 대단한 통찰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ㅋㅋ 대신 "아 이 얘기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가 사라졌다. 나한텐 그거면 충분했다.

시리즈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이거다. 옮기고, 분류하고, 요약하고, 자동으로 모으고, 마지막에 엮기. 순서를 건너뛰면 다음 단계가 안 서더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반년 삽질한 기록이지만, 누군가는 내가 밟은 지뢰를 안 밟았으면 좋겠다.

별칭과 한 줄 정의, 등장 노트 목록, 오른쪽 백링크 창으로 구성된 인물 위키 페이지 예시 화면 ▲ 별칭과 한 줄 정의, 등장 노트 목록, 오른쪽 백링크 창으로 구성된 인물 위키 페이지 예시 화면 (자체 제작 이미지)

3줄 요약 - 폴더·태그로는 한계가 온다. 노트 안의 이름(인물·조직·개념)을 뽑아 페이지로 만들고 역링크로 엮으면 그때부터 꺼내진다. - 원본은 건드리지 말고 위키 쪽에서만 링크 걸기, 두 번 이상 등장한 이름만 남기기, 정의는 원문 인용만. 이 세 개가 사고를 막아줬다. - 노트 수백 개면 굳이 하지 마라. 검색이 안 먹히기 시작할 때 하는 작업이다.

창고에 뭐가 쌓였는지도 모르겠는 상태라면, 100개만 골라서 한번 돌려봐. 나도 거기서 시작했다. 화이팅!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작성 시점(2026년 7월) 기준 개인 경험을 정리한 후기다. 앱 기능·요금·정책은 공식 페이지에서 바뀔 수 있으니 설치·결제 전 원문을 한 번 확인하길 권한다. 여기 적힌 처리 순서는 내 노트 구성에 맞춘 것이라 그대로 따라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보장하지 않는다. 대량 파일 작업 전에는 반드시 백업부터.

참고한 공식 자료 - 옵시디언 도움말(링크·백링크·그래프 등 기본 기능): help.obsidian.md - 옵시디언 요금·라이선스: obsidian.md/pricing - 클로드코드 개요·기본 사용: code.claude.com/docs - 로컬 AI 모델 실행 도구: oll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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