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 자리 · 리더보드

조선 대미투자 통계는 0인데, DART 공시엔 3,838억이 있었다

8월 26, 2026
광고 자리 · 본문 상단

대미투자 분석을 돌리는데 조선 칸만 비어 있었다. 없는 줄 알았지. 근데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투자는 공시에 3,838억 원으로 멀쩡히 적혀 있더라.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지 아닌지, 그걸 공공 데이터로 확인해본 얘기를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업종별로 나눠서 하나씩 봤는데, 다른 업종은 다 숫자가 나오는데 조선만 계산이 안 됐다. 투자액이 0에 가까우니 뭘 곱하고 나눌 수가 없었던 거다. 처음엔 "조선은 아직 미국 투자를 안 했나 보네" 하고 넘어갈 뻔했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조선 미국 진출 얘기가 매일 나오고 있었단 말이지. 이게 앞뒤가 안 맞아서 다시 파봤고,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는 있었는데 통계가 그걸 '조선'으로 세지 않고 있었다.

📑 목차


1. 조선 칸만 비어 있었다

내가 보던 건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는 해외직접투자 통계다. 해외직접투자(ODI)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 법인이나 공장을 세우려고 내보낸 투자금을 말한다. 어느 업종이 미국에 얼마를 넣었는지가 연도별로 정리돼 있어서, 이걸 국내 생산량이랑 붙여 보면 "미국 투자가 늘 때 국내 생산도 늘었나 줄었나"를 대충 잴 수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의약품, 변압기는 다 됐다. 조선에서 막혔다. 미국에 나간 조선 투자가 전 기간을 다 합쳐도 240만 달러 수준이었다. (stats.koreaexim.go.kr) 240억이 아니라 240만이다. 게다가 강선 건조업이라는 세부 항목은 최근 한 해에 163만 달러짜리 딱 한 건이 전부였다. (stats.koreaexim.go.kr) 이 정도 숫자로는 어떤 통계 기법을 써도 의미 있는 결과가 안 나온다. 표본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여기서 그냥 "조선은 해당 없음"으로 처리하고 넘어갔으면 글도 없었을 거다. 근데 같은 시기에 한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통째로 샀다는 기사를 나도 읽었거든. 통계와 뉴스가 정면으로 어긋나는데 통계를 그대로 믿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왜 0인지부터 확인해보라고 시켰다.

2. "투자가 없다"와 "안 잡힌다"는 다른 말이다

돌아온 답이 좀 허무했다. 이 통계는 투자를 투자한 회사가 신고한 업종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다 갈린다.

한국 대기업이 해외에서 큰 M&A를 할 때는 보통 그 사업회사가 직접 사지 않는다. 미국에 지주회사를 하나 세우고, 그 지주회사가 현지 회사를 산다. 세금이나 책임 범위 때문에 그렇게 짜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더라. 그러면 신고서상 투자 주체는 "지주회사"가 되고, 업종은 조선이 아니라 금융업으로 분류된다.

숫자로 보면 이게 얼마나 큰 구멍인지 바로 보인다. 미국으로 나간 한국 투자 중 금융업 지주회사 한 항목만 최근 연도 기준 46억 8,400만 달러다. (stats.koreaexim.go.kr) 조선 전체가 240만 달러인데 옆 칸에는 46억 달러짜리 덩어리가 있는 거다. 조선이 그 덩어리 안에 들어가 있으면 조선 라인은 당연히 0에 가깝게 나온다.

문제는 이걸 통계 안에서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공개된 원자료에는 기업 이름이 안 적혀 있다. 46억 달러 덩어리를 열어서 "이 중 얼마가 조선이다"라고 쪼갤 수가 없다. 통계 쪽 문은 여기서 닫혔다.

해외직접투자 통계에서 조선 240만 달러와 금융업 지주회사 46억 8,400만 달러를 두 카드와 비례 막대로 나란히 비교한 이미지 ▲ 해외직접투자 통계에서 조선 240만 달러와 금융업 지주회사 46억 8,400만 달러를 두 카드와 비례 막대로 나란히 비교한 이미지 (자체 제작 이미지)

3. 통계가 못 하면 회사가 적어놓은 걸 보면 된다

통계를 위에서 아래로 쪼갤 수 없으면 아래에서 위로 쌓으면 된다. 상장회사는 사업보고서에 '타법인 출자현황'이라는 걸 반드시 적는다. 다른 회사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고 장부에 얼마로 달아놨는지를 회사가 직접 공시하는 표다. 이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다 올라와 있고, 무료 API도 열려 있다. (opendart.fss.or.kr)

그래서 조선 3사(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HD한국조선해양까지 붙여서, 사업보고서 출자현황을 4개 연도치 전수로 긁어오라고 시켰다. 회사별로 들어가서 눈으로 보는 것도 못 할 일은 아닌데, 회사 넷에 연도 넷이면 열여섯 개 보고서를 열어서 표를 찾아야 한다. 이런 건 그냥 시키는 게 낫다. 공시 API로 자료 긁는 방식 자체는 예전에 크롤링 얘기 쓸 때 다뤘던 거랑 결이 비슷하다.

조회 결과 미국에 지분을 들고 있는 조선사는 딱 한 곳이었다. 네 회사를 다 뒤졌는데 미국에 출자 법인을 가진 곳은 한화오션 하나뿐이더라. (dart.fss.or.kr)

4. 3,838억, 근데 인수 발표가는 1억 달러였다

한화오션이 들고 있는 건 Hanwha Ocean USA Holdings Corp.이라는 미국 지주회사다. 지분 100%, 최초 취득은 2023년 말. (dart.fss.or.kr) 이게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사기 위한 껍데기 회사다.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투자가 통계에서 사라진 경로가 이거였다.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샀는데, 신고서에는 "미국 지주회사 지분 취득"으로 적히니까 금융업으로 분류된 거지.

그리고 이 지주회사의 기말 장부가액이 3,838억 원이다. 달러로 2억 8천만 달러쯤 된다. (dart.fss.or.kr)

여기서 좀 갸우뚱했다. 필리조선소 인수 발표 당시 알려진 금액은 1억 달러 안팎이었다. (dart.fss.or.kr) 그런데 장부에는 2.8배가 적혀 있다. 인수 끝나고 나서 돈을 더 넣었다는 얘기로 읽히긴 하는데, 장부가액이라는 게 원래 처음 산 값만 담는 게 아니라 그 뒤 추가 출자나 환율, 평가액까지 다 섞여 있는 숫자다. 그래서 "인수 후 증설에 2.8배를 더 태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차액이 정확히 뭐로 이뤄져 있는지는 종속회사 내역을 더 봐야 알겠더라. 다만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에 묶어놓은 돈은 헤드라인에 나온 인수가보다 크다.

이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같은 시기 정부 통계의 조선 라인은 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3,838억이 공시돼 있고 (dart.fss.or.kr) 한쪽에는 240만 달러가 찍혀 있다. (stats.koreaexim.go.kr) 이 대비가 "조선 대미투자가 통계에서 조선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걸 아주 강하게 시사한다.

필리조선소 인수 발표가 1억 달러와 한화오션 미국 지주회사 공시 장부가 3,838억 원을 가로 막대로 대비한 차트 ▲ 필리조선소 인수 발표가 1억 달러와 한화오션 미국 지주회사 공시 장부가 3,838억 원을 가로 막대로 대비한 차트 (자체 제작 이미지)

5. 나머지 두 회사는 진짜로 없었다

한 곳에서 나왔으니 나머지도 어딘가 숨어 있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HD현대중공업의 해외법인은 아르헨티나 쪽과 LNG 관련 합작사였고, 삼성중공업은 중동, 말레이시아, 인도,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러시아였다. (dart.fss.or.kr) 미국이 없다. 연간 사업보고서만 보고 넘기기가 찜찜해서, 가장 최근 반기보고서까지 다시 보라고 했고 거기에 더해 주요사항보고서(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사면 따로 내야 하는 공시)까지 훑게 했다. (dart.fss.or.kr) 그래도 미국 법인은 안 나왔다.

이게 뭘 뜻하냐면, 두 회사의 미국 진출은 아직 돈을 넣어 지분을 잡는 단계가 아니라는 거다. 미 해군 함정 건조나 정비(MRO)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발표, 미국 사업에서 중장기 매출 목표를 세웠다는 발표, 이런 건 다 계약이나 양해각서 단계다. 지분 투자가 아니니 주식취득 공시 대상도 아니고, 그래서 공시에 안 뜨는 게 맞다.

그러니까 조선 대미투자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이미 돈이 나간 건 한화 한 곳이고, 나머지는 전부 "하겠다"까지 온 상태다. 둘을 같은 표에 넣되 등급을 다르게 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현과 발표를 섞어 적으면 그 표는 읽는 사람을 속인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미국 출자 법인 보유 여부를 실현과 발표 단계로 나눠 정리한 표 ▲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미국 출자 법인 보유 여부를 실현과 발표 단계로 나눠 정리한 표 (자체 제작 이미지)

6. 찾아놓고 표현을 두 번 낮췄다

여기까지 나오니까 솔직히 좀 신났다. 통계가 못 잡은 걸 공시로 찾아냈으니까. 그래서 처음 나온 초안에는 "조선 투자가 금융업으로 오분류됐음을 직접 입증했다"고 적혀 있었다.

근데 이게 틀렸다. 내가 확인한 건 두 가지다. 하나, 정부 통계의 조선 라인이 0에 가깝다. 둘, 같은 시기 한화오션 공시에 3,838억이 있다. 이 둘을 나란히 놓으면 오분류가 있었다는 쪽으로 강하게 기운다. 그런데 그 3,838억이 실제로 금융업 46억 달러 덩어리 안 어디에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못 짚는다. 원자료에 회사명이 없으니까. 공시는 한화의 투자가 실재한다는 걸 따로 확인해주는 자료지, 통계 덩어리를 열어서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다. 그래서 "직접 입증"을 "강하게 시사"로 내렸다. 이 지적은 내가 한 게 아니라 따로 돌리는 검증 절차에서 나왔다. 만든 쪽에 채점을 맡기면 이런 게 잘 안 잡힌다.

한 번 더 낮춘 곳이 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 단독이 아니라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산 거였고, 한화시스템도 미국 법인을 하나 갖고 있다. 지분 100%에 장부가 918억. (dart.fss.or.kr) 취득 시점이 필리 인수 무렵이라 이것도 조선 쪽 지분일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합치면 숫자가 4,756억으로 커지니까 그림도 세지고. (dart.fss.or.kr)

안 합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회사고, 이 법인이 조선용인지 방산용인지는 공시만 봐서는 확정이 안 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미국 법인을 하나 더 갖고 있는데(장부가 2,657억) (dart.fss.or.kr) 그건 방산 본업 쪽으로 보인다. 확정이 안 되는 918억을 조선으로 밀어 넣으면 숫자는 커지지만, 나중에 방산이었던 걸로 밝혀지는 순간 분석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각주로만 남기고 본 집계에서는 뺐다. 여기서 뺀 918억은 나중에 성격이 확정되면 그때 더하면 되는 돈이다. 이런 판단은 되돌릴 수 있는 쪽으로 해두는 게 낫더라.

이게 AI가 뽑아준 리서치 결과를 그대로 안 믿기로 한 이유랑 이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회 자체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근데 "이 숫자를 어디까지 내 주장으로 삼을 거냐"는 조회 결과가 답해주지 않는다.

7. 이 확인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애초에 하려던 건 "조선의 미국 투자가 늘 때 국내 조선 생산이 줄었나"를 통계로 재는 거였다. 그건 끝내 못 했다. 통계에 조선 투자가 안 잡혀 있으니 계산 자체가 성립을 안 한다. 이번에 한 건 그 자리를 다른 자료로 메운 것이고, 메운 재료의 등급이 원래 쓰려던 것보다 낮다.

공시 장부가는 그해에 새로 나간 돈이 아니라 그때까지 쌓인 잔액이다. 정부 통계 쪽 숫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성격이 다른 둘을 나란히 놓고 방향을 읽는 것까지가 이 확인의 한계선이다.

대신 확실해진 것도 있다. 통계 한 줄이 0이라고 해서 그 일이 안 일어난 게 아니다. 나는 이걸 이번에 처음 겪은 게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낀다. 데이터가 비어 있으면 대체로 세 가지 중 하나다. 진짜 없거나, 다른 이름으로 세어졌거나, 아직 안 들어왔거나. 세 개를 구분하지 않고 0을 그대로 읽으면 정반대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초안 어딘가에는 "조선 대미투자는 최근에야 시작됐다"고 적혀 있었는데, 공시를 보면 그보다 앞서 시작됐다. 그 문장도 같이 고쳤다.

그리고 조선이 국내 생산을 잡아먹는 구조냐는 원래 질문에는, 회귀분석 말고 옆에서 본 근거가 하나 남아 있다. 미국으로 나가는 선박 관련 수출이 2020년 0.4억 달러에서 2024년 6.8억 달러로 늘었는데, 그 구성이 자본재 84%에 중간재 16%다. (stat.kita.net) 완제품 배를 파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설비와 기자재를 파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건 국내 생산을 대체하는 그림이 아니다. 다만 이건 수치로 검정한 게 아니라 구조를 보고 읽은 거라, 원래 하려던 회귀 결과와 같은 무게로 쓸 수는 없다.

918억이 조선인지 방산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음 사업보고서에 종속회사 내역이 더 붙으면 그때 다시 볼 생각으로 그냥 각주에 남겨뒀다.

3줄 요약 - 정부 해외투자 통계에서 조선의 대미투자는 거의 0인데, 그건 투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주회사를 거치면 금융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었다. - 기업 공시를 전수로 뒤지니 한화오션의 미국 지주회사 장부가가 3,838억 원, 발표된 인수가의 약 2.8배였고,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미국 출자 법인이 정말 없었다. - 찾아낸 뒤에 표현을 두 번 낮췄다. "입증"을 "시사"로, 성격이 안 갈리는 918억은 아예 집계에서 뺐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작성 시점(2026년 8월) 기준 공시·통계를 바탕으로 한 개인 분석 기록이다. 공시 수치와 통계 분류 체계는 이후 갱신될 수 있고, 장부가액은 추가 출자·환율·평가 영향을 포함하므로 실제 투자 집행액과 다를 수 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참고한 공식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dart.fss.or.kr - DART 오픈API(타법인 출자현황 등): opendart.fss.or.kr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통계: stats.koreaexim.go.kr -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 stat.kita.net

광고 자리 · 멀티플렉스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