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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가 국내생산을 대체한다는 말, 공공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봤다

8월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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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공장이 미국으로 가면 국내가 빈다"고 했다. 대미투자 국내생산 대체가 진짜인지, 돈 한 푼 안 드는 공공 통계만으로 직접 돌려봤다.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결론만 세게 박혀 있고 근거는 안 보이는 때가 있다. 대규모 대미투자 소식이 매일 나오던 시기가 딱 그랬다. 투자 규모는 크게 적혀 있는데, "그래서 국내 공장은 어떻게 됐나"에 대해서는 다들 추측만 하더라. 그래서 논평 말고 원자료를 봤다. 통계 훈련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경제학 전공도 아닌데, 요즘은 공공 데이터가 다 열려 있어서 질문만 뾰족하면 어떻게든 확인은 되더군.

📑 목차


1. "공장이 다 미국 간다"는 말이 계속 걸렸다

먼저 용어 두 개만 풀고 가자. 대미투자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이나 법인을 세우려고 내보내는 투자금을 말한다. 통계에서는 해외직접투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글의 핵심 대립쌍이 있는데, 미국 공장이 커질 때 국내 생산도 같이 늘면 둘은 보완 관계고, 미국 공장이 국내 공장 일감을 가져가서 국내 생산이 줄면 대체 관계다.

뉴스 밑에 깔린 전제는 거의 항상 대체 쪽이었다. 공장이 나가면 국내가 빈다는 것.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확인 가능한 주장이다. 대체가 맞다면 대미투자가 크게 늘어난 업종에서 국내 생산액이 줄어야 한다. 반대로 미국 공장이 한국에서 부품을 사 가는 구조라면, 대미투자가 늘 때 국내 생산도 같이 늘 거고.

맞다 틀리다를 내가 정할 필요는 없다. 숫자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다.

이런 식으로 확인만 하고 접었던 적도 있다. 예전에 갭상승 롱온리 전략을 실데이터로 돌려보고 접은 글이 그랬는데, 그때는 데이터가 "이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엔 반대였다.

2. 뉴스 대신 원자료, 쓴 건 전부 무료 공공 데이터

돈 들어간 데이터는 하나도 없다. 다섯 갈래를 썼다.

  • KOSIS 광업제조업조사의 품목별 국내 생산액.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공장이 뭘 얼마나 만들었는지가 품목 단위로 다 나온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업종별 대미 직접투자 금액
  •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물가 착시를 걷어내는 데 썼다
  • UN Comtrade의 대미수출. 이번 확인의 핵심 회귀에는 안 쓴 참고용 자료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미국 현지법인이 물건을 어디서 사는지, 왜 나갔는지가 들어 있다

KOSIS와 한국은행 통계를 API로 받아오는 절차 자체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깊이 안 들어가련다. 키 발급하고 표 번호 찾는 게 제일 귀찮은데, 한 번 뚫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창고다. 웹에서 긁어와야 하는 자료였다면 크롤링 입문 편 방식으로 갔을 텐데, 이번 건은 다행히 전부 공식 API로 해결됐다.

3. 질문을 딱 하나로 좁혔다

처음엔 질문이 너무 컸다. "대미투자가 한국 경제에 좋은가"는 데이터로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이다. 그래서 답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 깎았고, 남은 건 이거였다.

대미투자가 늘어난 업종에서, 국내 생산액이 줄었는가?

이건 잴 수 있다. 업종별 국내 생산액(2016~2024)을 업종별 대미 직접투자에 회귀하면 된다. 회귀는 두 숫자가 같이 움직이는지를 보는 방법인데, 기울기가 플러스면 같이 늘었다는 뜻이고 마이너스면 반대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대체론이 맞으면 마이너스가 나와야 한다. 업종은 투자 약정 대상 중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의약품을 잡았다.

조선도 넣으려다 뺐다. 해외투자 통계는 투자한 주체의 신고업종으로 분류되는데, 조선 쪽 큰 투자가 지주회사나 금융으로 잡히면서 조선 항목에서 통째로 빠져 있었다. 회귀 자체가 불가능해서 공시를 뒤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따로 확인했는데, 그건 얘기가 길어져서 다음 글로 미룬다.

왼쪽에 대체가 맞다면 기울기가 음이어야 한다는 가설, 오른쪽에 기울기가 양으로 나와 국내 생산이 함께 늘었다는 실제 결과를 나란히 놓은 대비 카드 ▲ 왼쪽에 대체가 맞다면 기울기가 음이어야 한다는 가설, 오른쪽에 기울기가 양으로 나와 국내 생산이 함께 늘었다는 실제 결과를 나란히 놓은 대비 카드 (자체 제작 이미지)

4. 물가 착시부터 걷어냈는데, 신호가 더 세졌다

여기서 함정 하나를 미리 밟아야 했다. 생산액은 돈으로 집계되는 숫자라, 물가가 오르면 실제 생산량이 그대로여도 금액이 커진다. 그러니까 "국내 생산 안 줄었네"라는 결과가 그냥 물가 착시일 수 있다는 거다. 이걸 안 걷어내고 결론을 냈으면 그 결론은 쓰레기가 됐을 거다.

그래서 생산자물가지수로 물가를 나눠서 실질 기준으로 다시 돌렸다. 이때 업종 안의 여러 품목 물가를 단순평균하지 않고 각 품목의 생산비중으로 가중했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메모리가 생산의 대부분이니 메모리 물가가 디플레이터를 더 지배해야 맞다. 단순평균하면 생산량이 미미한 품목의 물가 변동이 똑같은 무게로 들어가서 엉뚱해진다.

솔직히 이 단계 들어갈 때는 신호가 죽을 거라고 예상했다. 명목으로 예쁘게 나온 관계가 물가 걷어내면 흐물흐물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근데 결과는 반대였다.

반도체 0.000, 이차전지 0.004, 의약품 0.042, 업종 통합 패널 0.000의 p값을 유의수준 0.05 기준선과 함께 표시한 가로 막대차트 ▲ 반도체 0.000, 이차전지 0.004, 의약품 0.042, 업종 통합 패널 0.000의 p값을 유의수준 0.05 기준선과 함께 표시한 가로 막대차트 (자체 제작 이미지)

실질 기준 p값이 반도체 0.000, 이차전지 0.004, 의약품 0.042였고, 업종을 통합한 패널(생산가중 실질)은 0.000이었다. p값은 "둘이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올 확률"이라, 작을수록 그 가정을 의심하게 된다는 뜻이다. 보통 0.05 아래면 유의하다고 본다. 물가를 의심해서 걷어냈더니 오히려 관계가 더 선명해진 것이다.

대체라면 음의 관계가 나와야 했는데, 국내 생산은 대미투자와 같이 늘었다.

이 순간이 좀 재밌었다. 내가 세운 반론이 내 결과를 죽이러 갔는데 안 죽고 더 튼튼해져서 돌아온 거니까. 재는 기준을 먼저 의심하는 습관은 AI 모델 비교하다 채점표만 세 번 고친 경험에서 붙은 건데, 여기서 값을 했다.

5. 왜 이런 구조냐, 현지법인이 어디서 사는지 봤다

숫자가 그렇게 나왔으면 왜 그런지도 봐야 한다. 안 그러면 우연히 같이 움직인 거랑 구분이 안 되니까. 단서는 현지법인 통계에 있었다.

미국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 현지법인은 사들이는 물건의 57~67%를 한국에서 가져온다. 그리고 왜 미국에 나갔냐는 질문에 75%가 "현지시장 진출"이라고 답했다. 값싼 인건비를 찾아 생산기지를 옮긴 게 아니라, 미국 시장에 팔려고 미국에서 만든다는 얘기다.

이 둘을 겹치면 그림이 나온다. 완제품은 미국에서 만들고, 그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는 한국에서 사 간다. 미국 공장이 커질수록 한국 공장이 대야 할 부품도 늘어난다는 소리다. 공장이 나가는 것과 국내 생산이 비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미국에 세운 건 매장이고 한국은 여전히 주방인 셈인데, 이 비유도 완벽하진 않다. 주방을 현지에 하나 더 짓는 중이기도 하니까. 그게 다음 얘기다.

6. 그래도 낙관은 못 하겠다, 67.5에서 57.3으로

좋은 결과만 들고 끝내면 내가 처음에 까던 뉴스랑 똑같아진다. 같은 데이터에 불편한 신호도 있었다.

현지법인의 한국 조달 비중이 2019년 67.5%에서 2023년 57.3%로 내려가고 있다. 전기장비는 41%에서 29%로 더 가파르게 빠졌고. 지금 수준은 분명히 보완인데, 기울기는 대체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현지법인의 한국 조달 비중이 전체는 2019년 67.5%에서 2023년 57.3%로, 전기장비는 41%에서 29%로 내려가는 두 개의 하향 선 그래프 ▲ 미국 현지법인의 한국 조달 비중이 전체는 2019년 67.5%에서 2023년 57.3%로, 전기장비는 41%에서 29%로 내려가는 두 개의 하향 선 그래프 (자체 제작 이미지)

그러니까 "대체 아님"이라고 단정하면 그것도 틀린 말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대체가 아니었다가 맞고, 앞으로도 아닐지는 이 데이터로 못 답한다. 현지 조달이 늘어나는 속도가 어디까지 가면 말이 뒤집히는지, 그 선이 어디인지는 여기서 안 나온다.

7. 정리, 이 확인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한계를 먼저 적어야겠다.

이건 인과 증명이 아니다. 대미투자가 국내 생산을 늘렸다고까지는 못 말한다. 여러 각도의 불완전한 데이터를 겹쳐서 방향을 좁힌 것뿐이고, 정당한 주장 범위는 "대체라는 통념에 반하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까지다. 표본도 짧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 단위니까 관측치가 아홉 개다. 아홉 개로 뭘 단정하는 건 무리다.

그래도 뉴스 밑에 깔린 전제를 한 번 뒤집어본 값은 있었다고 본다. 남이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걸 그대로 받아 적는 대신, 원자료 다섯 갈래를 겹쳐서 "적어도 지금 데이터에서는 아니다"까지 온 거니까. 요즘은 AI한테 시키면 리서치를 알아서 해준다는 말도 많은데, 그 말을 안 믿기로 한 이유남 따라 만들다 3일을 버린 얘기도 따로 써뒀다. 결국 이번에도 제일 중요했던 건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어디까지 좁혔냐였다.

3줄 요약 - 대미투자가 국내생산을 대체한다는 통념을 KOSIS·한국수출입은행·한국은행 무료 공공 데이터로 확인해봤다 - 물가를 걷어낸 실질 기준에서 국내 생산은 대미투자와 같이 늘었고(p값 반도체 0.000, 이차전지 0.004, 의약품 0.042), 미국 현지법인은 조달의 57~67%를 한국에서 가져온다 - 다만 그 조달 비중이 67.5%에서 57.3%로 내려가는 중이라, 수준은 보완인데 기울기는 대체 쪽이다

기울기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말이 뒤집히는지, 그건 아직 모르겠다.


면책: 이 글은 정보 제공과 개인 기록을 목적으로 쓴 개인 블로그 글이고, 작성 시점(2026년 8월) 기준이다. 통계는 기관이 개정하거나 소급 수정할 수 있고, 본문 수치는 위에 적은 공개 데이터로 글쓴이가 직접 산출한 것이라 기관 공식 발표치와 집계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여기 나온 분석과 해석은 특정 산업이나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 매수·매도 권유, 자문이 아니다. 글쓴이는 이 글을 근거로 한 어떤 투자 결과에도 책임을 지지 않으며, 최종 판단과 그에 따르는 손익은 읽는 사람 몫으로 남는다. 사실관계 오류나 계산 착오를 발견하면 알려주면 확인해서 고쳐두겠다.

참고한 공식 자료 - 국내 생산액(광업제조업조사): KOSIS 국가통계포털 - 통계 API 이용: KOSIS 공유서비스 - 생산자물가지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 대미 해외직접투자·현지법인 경영분석: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 대미수출(HS 기준): UN Comtrade - 기업 공시(조선 별도 확인분): DART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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