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개장 돌파 전략, 왜 내 데이터에선 안 먹혔을까
개장 돌파 전략 백테스트를 12년치 5분봉으로 돌렸다. 논문은 7년에 열네 배를 벌었다고 했고, 나는 같은 규칙을 그대로 붙였다. 숫자는 재현됐는데 결론은 반대로 나왔다.
트위터에서 논문 하나가 돌길래 저장해뒀다. 데이트레이딩이 진짜로 돈이 되느냐를 다룬 글이었고, 붙어 있는 수익률이 비현실적으로 컸다. 이 검증은 그 저장에서 시작했다. 결론부터 적으면 규칙은 정확히 재현됐고, 그런데도 배포는 안 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가 이 글의 내용이다.
📑 목차
- 1. 하루 첫 5분에 거는 매매가 뭐냐면
- 2. 공짜 데이터로 만져봤더니 결론을 못 내겠더라
- 3. 결과를 보기 전에 합격선부터 못 박았다
- 4. 재현은 됐다, 비용이 0일 때만
- 5. 한국 데이터는 아예 다른 층위로 안 됐다
- 6. 표준을 넘어 97개를 더 뒤졌다
- 7. 접었다, 남은 건 알파가 아니라 보험
1. 하루 첫 5분에 거는 매매가 뭐냐면
규칙 자체는 한 문단이면 끝난다. 장이 열리고 첫 5분봉이 그려진다. 그 봉이 양봉이면 다음 봉 시작가에 사고, 음봉이면 판다. 손절은 첫 봉의 반대쪽 끝. 이걸 1R이라고 부른다, 내가 감당하기로 한 손실 한 칸. 익절은 그 열 배거나, 아니면 장 끝날 때 무조건 정리. 하루 한 판이고 다음 날로 안 넘긴다.
이름은 ORB(Opening Range Breakout), 우리말로 개장 돌파다. 승률은 낮게 설계돼 있다. 열 번 중 두세 번만 맞고 나머지는 다 손절인데, 맞는 판이 크게 먹어서 합이 플러스가 되는 구조. 논문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QQQ에서 +675%, 3배 레버리지 ETF인 TQQQ에서는 +1,484%가 나왔다고 적었다. 승률 24%, 알파 47%, 샤프 1.18. 최적화한 버전은 +9,350%까지 갔다.
내가 굴리는 쪽은 월 단위로 종목을 갈아타는 롱온리다. 시장이 빠지면 같이 빠진다. 그래서 이 논문이 걸렸던 건 수익률보다 베타가 0에 가깝다는 부분이었다. 시장하고 따로 노는 자리가 내 북에는 아예 없었으니까. 있으면 좋겠는 성격이라 한번 재보기로 했다.
열네 배 얘기에 안 끌렸다면 거짓말이고.
2. 공짜 데이터로 만져봤더니 결론을 못 내겠더라
처음엔 돈 안 드는 데이터로 붙였다. 미국은 야후 5분봉으로 60거래일, 한국은 증권사 API 분봉으로 139세션. 미국 쪽 승률 23%, 한국 24%. 논문의 24%와 사실상 같은 숫자가 나왔으니 규칙 구현은 맞게 된 거다. 손실은 -1R에서 딱 잘리고 이익 쪽은 +7.5R, +9.9R까지 늘어지는 비대칭도 그대로 보였다.
문제는 성적이었다. 미국 ORB -14.3%, 같은 기간 QQQ 그냥 들고 있으면 +22.5%. 한국은 더 심해서 ORB -42.9%인데 KODEX200은 +149.3%. 숫자만 보면 "역시 논문은 논문이지" 하고 덮을 수 있는 그림이다.
근데 그렇게 덮으면 안 되는 거였다. 표본이 60일, 139일이다. 열 번에 두 번 맞는 전략은 원래 연속 손실이 길다. 그리고 두 구간 다 강세장이었고, 특히 한국은 반년 조금 넘는 사이에 지수가 2.5배 오른 이례적인 국면이었다. 시장 방향을 안 타는 전략을 이런 구간에 갖다 대면 뭘 갖다 대도 진다. 표본이 모자라서 나온 숫자지, 판정으로 쓸 게 못 된다.
그래서 데이터를 샀다. 일회성 100달러쯤. 2014년부터 2026년 5월까지 QQQ, TQQQ, SPY의 5분봉 전체. 갭상승 롱온리를 접었을 때도 그랬지만, 접는 것도 근거가 있어야 접힌다.
3. 결과를 보기 전에 합격선부터 못 박았다
데이터 받아놓고 백테스트를 돌리기 전에 문서부터 하나 만들었다. 합격 기준, 탐색 범위, 표본 분할, 비용 시나리오를 결과 보기 전에 확정하고 잠그는 문서다. 사전등록이라고 부른다.
이걸 왜 하냐면, 결과를 먼저 보고 기준을 만들면 무조건 통과하기 때문이다. 수익 곡선을 띄워놓고 "음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는 순간 그 기준은 그 곡선에 맞춰 태어난다. 채점표를 언제 만드느냐가 점수를 좌우한다는 건 AI 모델 셋을 비교하려다 채점표만 세 번 고쳤을 때 이미 겪었다.
잠근 항목은 이랬다.
- 표본을 논문 기간과 그 바깥으로 쪼갠다. 특히 논문 발표 이후 구간을 따로 떼서 본다. 알려진 뒤에도 사나를 봐야 하니까.
- 슬리피지를 0, 0.5, 1, 2, 3, 5bp로 나눠 전부 돌린다. 판정은 2bp 기준으로 한다. 0bp는 논문 재현 확인용이지 합격 판정용이 아니다.
- 게이트 네 개를 통과해야 채택. 롤링 구간 과반에서 벤치마크 초과, 부트스트랩으로 잰 초과수익 신뢰구간 하단이 0보다 큼, 다중 시도 보정 샤프가 유의, 최대 낙폭이 벤치마크 이하.
슬리피지는 체결가가 내가 원한 가격에서 밀리는 비용이다. 사고팔면 두 번 물리니 왕복은 두 배. bp는 만분율이라 1bp면 0.01%다. 논문은 이걸 0으로 놓고 계산했고, 본문에 "이 가정은 비현실적"이라는 경고를 스스로 달아뒀다. 그 경고가 얼마나 큰 얘기였는지는 표를 뽑고 나서 알았다.
논문 정독을 먼저 시킨 것도 이때다. 원문을 안 열고 소문난 개념만 붙잡고 사흘을 날린 적이 있어서(그 얘기는 여기), 이번엔 규칙과 상수를 원문에서 뽑아 문서에 박아놓고 시작했다.
4. 재현은 됐다, 비용이 0일 때만
12년치, 3,120 거래일. 비용을 0으로 놓은 결과는 이랬다. QQQ 기준 총수익 +1,098%, 연 22.2%, 승률 24%, 베타 -0.03, 알파 24.4%. 논문이 말한 성격 그대로다. 규칙도 엔진도 틀린 데가 없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QQQ를 사서 그냥 들고 있으면 +832%였다. 샤프는 buy & hold가 0.95, ORB가 0.86. 비용 0이라는 최대한 유리한 가정에서도 위험 대비로는 패시브가 앞선다. 사전등록 게이트도 QQQ 3/4, TQQQ 2/4로 미달이었다. 걸린 항목은 초과수익 신뢰구간 하단이 0을 못 넘는 것, 즉 "패시브보다 낫다"가 통계적으로 안 선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도 애매한데, 슬리피지를 넣자 애매하지가 않아졌다.
| 슬리피지(측당) | QQQ 총수익 | TQQQ 총수익 |
|---|---|---|
| 0bp (논문 가정) | +1,098% | +1,073% |
| 0.5bp | +298% | +543% |
| 1.0bp | +32% | +253% |
| 2.0bp (현실) | -85% | +6% |
| 5.0bp | -100% | -97% |
부호가 바뀌는 지점은 QQQ 약 1.3bp, TQQQ 약 2.5bp였다. 이 손익분기는 사전등록대로 여섯 개(0·0.5·1·2·3·5bp)를 전부 돌린 뒤 그 곡선에서 읽은 값이고, 위 표에는 3bp 행을 빼고 다섯 개만 옮겼다. 표에 실린 1bp(+32%)와 2bp(-85%) 두 점을 직선으로 이어 검산해도 1.27bp라서, 곡선에서 읽은 값과 붙는다. 한 판에서 남는 순엣지가 0.026%인데 왕복 비용이 같은 자릿수라서, 비용 칸 하나로 열두 배와 반토막이 갈린다. 게다가 첫 봉 폭이 좁으면 규칙상 레버리지가 올라가는데, 평균 3.57배로 태우니 비용도 3.57배로 물린다. 고빈도 매매의 구조적인 함정이 이 표 한 장에 다 들어 있다.
▲ 측당 슬리피지 0bp에서 5bp까지 QQQ 개장 돌파 전략 총수익이 +1,098%에서 -100%로 뒤집히는 곡선, 손익분기 1.3bp 표시 (자체 제작 이미지)
논문 발표 이후 구간도 따로 봤다. 논문 기간의 샤프가 1.08이었는데 그 바깥에서는 0.52로 반이 됐고, 연수익은 31.4%에서 10.8%로 내려앉았다. 그 사이 QQQ를 그냥 들고 있었으면 연 25.4%다. 알려진 엣지가 공개된 뒤 희석되는 전형적인 모양이고, 무엇보다 비용을 0으로 깎아준 상태에서 그렇다.
5. 한국 데이터는 아예 다른 층위로 안 됐다
미국 결과보고서는 한국은 볼 것도 없다고 적어놨다. 호가가 넓고 레버리지 한도도 2배뿐이라 손익분기가 더 불리할 거라는 이유. 그 이유가 맞는지는 확인하고 싶어서 한국 것도 돌리게 했다.
KODEX200과 KODEX레버리지, 139세션. 승률 26%로 규칙은 여기서도 재현됐다. 그런데 수익 부호가 처음부터 음수였다. 비용을 아예 0으로 놓은 상태에서 -18.1%, 현실 비용을 넣으면 -21.6%. 미국은 적어도 0bp에서는 플러스였는데 한국은 깎아줄 게 없었다. 손익분기 슬리피지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설정 탓인가 싶어 익절 배수를 5R, 20R, 장마감으로 바꾸고 강세장이니 숏을 아예 끄는 롱온리도 돌렸다. 일곱 개 전부 손실. 숏을 끈 버전이 그나마 -10.4%인데, 그동안 시장은 +149.3% 올랐다.
재밌는 건 스킵하라던 이유가 틀렸다는 점이다. 호가 스프레드를 재보니 1틱이 5원, 13만 8천원짜리 가격 대비 0.18bp로 아주 타이트했다. 수수료도 실측 1.405bp, 지수 ETF라 매도 거래세도 안 붙는다 [⚠️UNVERIFIED]. 비용은 넉넉히 견딜 수준인데 신호가 없었던 거다. 첫 5분봉 방향이 그날 나머지를 못 맞혔다, 적어도 이 표본에서는.
그래서 이 결과가 답한 건 하나뿐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게 단독 수익원이냐"에 아니오. 답 못 한 건 따로 있다. 139세션이 통째로 역사적 강세장이라, 이 전략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하락장 성격은 잴 데이터 자체가 없었다.
▲ 미국은 비용 0에서 +1,098%였다가 2bp에서 -85%로 죽고, 한국은 비용 0에서도 -18.1%로 시작하는 두 실패의 차이 (자체 제작 이미지)
6. 표준을 넘어 97개를 더 뒤졌다
비싼 데이터를 사놓고 표준 규칙 하나만 재고 덮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범위를 넓혔다. 개장 구간을 5분이 아니라 15분, 30분, 60분으로도 잡고, 손절을 변동성 기준으로 바꾸고, 거래량 확인이나 추세 필터를 붙인 변형들. 자동 탐색으로 ORB 계열만 97개를 평가했다. 데이터도 2000년까지 끌어올려서 닷컴 붕괴와 금융위기를 표본에 넣었다.
합격 후보가 하나 나왔다. 30분 개장 구간에 고정 손절, 트레일링 익절, 거래량 확인을 붙인 조합.
숫자를 적기 전에 어떤 자로 쟀는지부터 밝혀둔다. 잣대는 3장에서 잠근 게이트 네 개 그대로고, 표기도 4장과 같은 n/4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다. 97개를 뒤진 탐색이라 표준 규칙 하나를 잴 때보다 다중검정 부담이 훨씬 크니까, 과최적화 확률을 진단용으로 계산했다. 사전등록에는 없던 지표라 채택 판정에는 안 쓰고 참고만 했다.
사전등록 게이트 성적은 0/4다. 롤링 구간 과반 초과는 표본 밖 총수익이 +65%인데 같은 기간 SPY가 +404%라 얘기가 안 됐고, 부트스트랩 신뢰구간 하단은 0 아래였고, 다중 시도를 보정한 샤프도 유의성이 안 나왔다. 남은 MDD 게이트는 재지 않았다. 앞의 셋이 이미 미달이라 이 칸에 뭐가 들어오든 채택은 안 되니까. 통과한 게이트가 0개라는 뜻이지, 넷을 다 재서 넷 다 떨어뜨렸다는 뜻은 아니다.
참고로 붙인 과최적화 확률은 0.522였다. 이 숫자가 0.5를 넘는다는 건 표본 안에서 1등 한 조합이 표본 밖에서 중간도 못 갈 확률이 동전 던지기라는 뜻이다. 97번 뒤지면 이 정도 조합 하나는 나온다. 발견이라기보단 뒤진 흔적에 가까웠다.
논문을 하나 더 붙여봤다. 개장가 근처에 변동성 밴드를 그려놓고 뚫으면 따라가는 인트라데이 모멘텀 전략인데, 비용 0에서 +508%로 이번 탐색 중 제일 셌다. 손익분기가 1bp도 안 됐다. 회전이 빠른 만큼 비용에 더 예민해서, 1bp만 물려도 -47%로 뒤집힌다. 다른 논문, 다른 규칙인데 무너진 자리는 또 비용 칸이었다.
7. 접었다, 남은 건 알파가 아니라 보험
그래서 단독 전략으로는 배포 안 하기로 했다. 미국 표준, 한국, 확장 탐색까지 세 번 다 같은 결론으로 모였으니 더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죽지 않은 조각이 하나 있다. 위기 연도 성적이다.
| 연도 | 개장 돌파 전략 | SPY |
|---|---|---|
| 2008 | +24.4% | -37% |
| 2018 | +23.5% | -5% |
| 2022 | +27.3% | -18% |
시장과의 상관은 -0.021. 시장이 무너지는 해에 혼자 올라간다. 표준 규칙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오니 특정 조합에서만 튄 우연은 아니고, 이유도 설명이 된다. 변동성이 크면 첫 봉 폭이 넓어지고, 폭이 넓으면 레버리지가 낮게 잡히고, 그러면 비용을 견딜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전략은 시끄러운 장에서만 밥값을 한다.
문제는 나머지 기간이다. V자로 반등한 2020년엔 -11%였고 강세장에선 계속 제자리다. 12년을 통째로 놓고 보면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한참 못하다. 수익원이 아니라 보험이라는 얘기고, 보험을 알파로 착각해서 계좌에 태우면 그게 사고다. 그래서 버리진 않고 보류함에 넣어놨다. 나중에 헤지가 필요해지면 그때 꺼낼 서랍.
돈은 데이터값 100달러 남짓 나갔고, 사이클은 며칠 걸렸다. 아깝냐고 하면 아깝지 않다. 이 사이클에서 제대로 굴러간 건 전략이 아니라 검사 쪽이었으니까. 비용 0이라는 가정 하나에 기댄 수익률을 잡아냈고, 97번 뒤져서 나온 그럴듯한 후보를 과최적화로 판별했고, 한국에선 내가 세워둔 원인 진단까지 틀렸다는 걸 데이터가 알려줬다. 웹 자료를 긁어모으던 때도 비슷했는데, 모으는 절차보다 모은 게 쓸 만한지 재는 절차에서 늘 시간이 더 걸린다.
한국 분봉은 증권사 API로 139세션치를 모아둔 게 전부다. 하락장이 표본에 들어와야 헤지 가설을 다시 재볼 텐데, 아직 그 장은 안 왔다.
▲ 2008·2018·2022년 개장 돌파 전략이 각각 +24.4%, +23.5%, +27.3%인 반면 SPY는 -37%, -5%, -18%를 기록한 대비 (자체 제작 이미지)
3줄 요약 - 개장 돌파 전략 백테스트는 규칙 재현까지는 성공했다. 승률도 알파도 논문과 같게 나왔다. - 슬리피지를 현실값으로 넣는 순간 사라졌고, 논문 발표 이후 구간에선 엣지가 반토막 났다. 한국 데이터에선 비용 0에서도 마이너스라 깎아줄 것도 없었다. - 살아남은 건 위기 연도에만 켜지는 보험 성격 하나뿐이다. 수익원으로는 못 쓰니 단독 배포는 접었다.
결과를 보기 전에 합격선을 적어두지 않았으면, 나는 저 97개 중에 하나를 골라서 계좌에 태웠을 거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작성 시점(2026년 8월) 기준이다. 본문 수치는 전부 내 데이터, 내 비용 가정, 내 검증 기준에서 나온 결과라 다른 조건에서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데이터 가격·수수료·세제는 바뀔 수 있으니 결제 전 원문 확인이 필요하다. 특정 전략이나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어떤 수익도 보장하지 않는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몫이다.
참고한 공식 자료 - 개장 돌파(ORB) 원논문: Can Day Trading Really Be Profitable? (SSRN) - 인트라데이 모멘텀 논문: SSRN 4824172 - 미국 5분봉 데이터: FirstRate Data - 한국 분봉 API: 한국투자증권 KIS Develo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