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 공식 가이드의 AI 문체 없애기 프롬프트 적용 후기
앤트로픽이 공식 문서에 올린 '비유 빼고 쓰기' 한 문단은 내가 전날 버린 첫 규칙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AI한테 보고서를 맡기면 너무 AI 느낌이 났다. 채팅 화면에서 주고받는 말투는 그 정도가 아닌데 문서로 뽑아놓으면 이상하게 어색하더라. 그래서 요 며칠 문체 규칙집을 만들고 있었다. AI는 처음에 "글에 필자가 안 보여서"라고 진단했는데 내가 보기엔 반대였다. 필자 티는 오히려 낱말 고르는 데서 났다. 그중 제일 거슬린 게 비유였고.
그 규칙집을 한 번 크게 고친 다음 날, 텔레그램으로 저장해둔 게시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앤트로픽(Anthropic)이 공식 문서에 "비유 대신 하려는 말을 그대로 써라"는 지시문을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딱 내가 붙들고 있던 문제라 그냥 넘길 수가 없더군. 그래서 이 한 문단을 내 규칙집이 이미 판정해둔 비유들에 대보게 했다. AI 티 나는 글을 잡는 검사 도구를 만든 얘기는 예전 글에 따로 적어뒀다. 이번엔 비유 하나만 본다.
요점만 먼저 적어두면 이렇다.
- 앤트로픽 공식 프롬프트 가이드의 클로드 페이블 5.1(Claude Fable 5.1) 항목에 실린 한 문단짜리 지시문이다. 비유와 꾸밈 대신 하려는 말을 그대로 쓰라고 한다.
- 문서는 이 문단을 사용자 메시지(채팅창에 치는 요청)에 넣는 걸 먼저 권한다. 시스템 프롬프트(대화 내내 깔려 있는 기본 지시)에 넣어도 된다고 적혀 있다.
- "Please remove all mannered prose." 한 줄짜리 판도 대체로 통한다고 한다. 설치할 건 없다.
- 내 규칙집이 판정해둔 비유 15곳에 걸어보니 12곳을 지우라고 했다. 그중 6곳은 옆 문장에서 뜻을 풀어놔서 내 규칙집이 살려둔 비유였다.
📑 목차
- 1. 앤트로픽 문서의 한 문단: 비유 말고 하려는 말을 그대로
- 2. 내 비유 15곳에 걸었더니 살려둔 8곳 중 6곳을 지우라고 했다
- 3. 지워진 비유를 되살리는 기준은 옆 문장이다
1. 앤트로픽 문서의 한 문단: 비유 말고 하려는 말을 그대로
소식을 전한 건 X(옛 트위터)의 한국어 게시물이다. 게시자는 AI 글의 가장 큰 문제가 매너드 프로즈라면서 앤트로픽 문서의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올렸다 (x.com). 매너드 프로즈(mannered prose)는 하려는 말을 곧바로 하지 않고 비유와 꾸밈으로 돌려 말하는 글을 가리킨다. 게시자는 이걸 "겉멋 들린 문체"라고 옮겼더라.
문단이 드는 예는 두 개다. "a parameter worth varying"(바꿔볼 만한 매개변수)라고 쓰면 될 것을 "a dial worth turning"(돌려볼 만한 다이얼)이라고 쓴다. "this point still matters"(이 점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this point earns its keep"(이 점은 제 몫을 한다)이 되고. 왜 나쁜지도 적혀 있는데, 이런 문구는 생각을 전하려는 게 아니라 필자를 드러내려고 있는 거라서 독자가 알아채고 거슬려 한다는 거다. 필자가 멋을 부리는 동안 독자는 읽는 데 힘을 더 써야 한다. 부정확하다는 이유도 붙어 있다. 비유는 필자가 고르지 않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뜻까지 같이 전한다는 것. 처방은 한 줄로 끝난다. 곧이곧대로 쓸 수 있는 표현이 있으면 그걸 써라 (platform.claude.com).
근데 공식 문서를 직접 열어보면 맥락이 조금 다르다. 이 문단이 들어간 자리는 "Writing density", 우리말로 하면 글의 밀도 항목이다. 문서는 먼저 페이블 5.1의 글이 이전 모델보다 대체로 나아졌다고 적는다. 상투 표현도, 풀이 없는 전문용어도 줄었다고. 그런데 어떤 경우엔 페이블 5보다 빽빽해진다고 한다. 문장이 길어지고 문단 나눔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 지시문은 그 증상에 대한 처방으로 실려 있다 (platform.claude.com). "AI 글의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은 게시자의 소개다. 문서에 그런 표현은 없더라. 게시자는 페이블 5.1이 아니어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는데 이것도 게시자 말이고, 문서는 다른 모델 얘기를 따로 하지 않는다.
따라 하는 데 필요한 건 이 문단 하나다. 글을 다듬어 달라는 요청에 같이 붙여 넣거나 짧게 "Please remove all mannered prose."만 붙여도 된다. 게시자는 개인 팁도 하나 얹었다. 클로드코드에 글만 모아두는 폴더를 따로 만든 다음, 그 폴더의 CLAUDE.md(클로드코드가 그 폴더에서 일할 때 먼저 읽는 지시 파일)에 이 문단을 넣으라는 것. 거기에 "지시가 없으면 같은 폴더의 다른 글은 읽지 마라"를 같이 적어두라고 했다. 안 그러면 문체를 파악한다며 다른 글까지 읽느라 토큰(AI 사용량을 세는 단위)을 쓴다는 이유다 (x.com).
여기까지는 붙여 넣으면 끝이라 쉽다. 걸리는 건 붙여 넣은 다음에 무엇이 지워지느냐였다.
2. 내 비유 15곳에 걸었더니 살려둔 8곳 중 6곳을 지우라고 했다
앤트로픽 문단을 내 비유 판정 기록에 대보게 한 건, 이 문단이 내가 전날 버린 첫 규칙과 같은 말을 해서였다.
내 규칙집의 출발점은 내가 직접 고친 보고서 문단 두 개였다. 그중에 "이미 굴러가던 사업에 뒤늦게 올라탄 자금"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뭔 소리인지 몰라서 "창업 후 운영 중인 사업에 추가 출자된 자금"으로 고쳐 썼다. "여기서 순서가 판정을 가른다"는 문장은 고쳐 쓰다가 결국 마지막에 지웠다. AI가 이 교정 짝들에서 뽑은 첫 비유 규칙이 "비유를 쓰지 않는다, 보이면 지운다"였다. 앤트로픽 문단과 방향이 같다.
그런데 AI가 이 규칙을 실제 글 여러 편에 걸어 비유 43곳을 하나씩 판정해 보니 규칙이 너무 넓었다. 옆 문장에서 뜻을 풀어놓은 비유가 꽤 있었고 그런 건 지울 이유가 없었다. 메모리 반도체 보고서에서 메모리 두 종류를 "작업대"와 "창고"로 설명한 대목이 그랬다. 바로 다음 문장이 "작업대가 좁으면 프로그램을 여러 개 못 띄우고"로 이어지면서 뜻을 풀어준다. 갭상승 매매를 접은 글의 "포커처럼"도 마찬가지인 게, 다음 문장이 "잃을 땐 작게 잃고 딸 땐 크게 먹으면 된다"로 뜻을 적어놨다. 그 글 전체가 이 생각이 맞는지 따지는 글이기도 하고. 첫 규칙대로 기계처럼 돌렸으면 둘 다 지워졌을 거다. 그래서 비유 조항은 "풀지 않은 비유를 쓰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비유를 썼으면 같은 문단에서 그 뜻을 문자 그대로 다시 적는다. 못 적으면 지운다.
이렇게 고친 다음 날 앤트로픽 문단을 만났으니 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상은 비유 43곳 중 판정 이유까지 적혀 있는 15곳이었다. 판정을 맡은 AI가 받은 건 앤트로픽 문단과 15곳 원문뿐이었다. 내 판정도 규칙집도 안 들어갔다. 정답을 보여주면 그쪽으로 맞춰버리니까. 지시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는데, 이 문단 말고 다른 문체 규칙은 끌어오지 말 것, 문단에 없는 예외를 만들면 어느 문구에 기댔는지 밝힐 것, 문단이 답을 안 주는 곳은 빈틈으로 신고할 것이었다.
결과는 꽤 선명하게 갈렸다. 앤트로픽 쪽 판정은 15곳 중 12곳을 지우고 3곳을 남겼다. 내 규칙집은 8곳을 살리고 6곳을 고쳤으며 1곳은 풀이만 보탰다. 7곳에서는 판정이 같았고 6곳에서 정면으로 갈렸다. 한 곳은 방향이 거꾸로였고 나머지 한 곳은 정도만 달랐다.
▲ 비유 15곳을 앤트로픽 지침은 제거 12곳·유지 3곳, 내 규칙집은 유지 8곳·수정 6곳·풀이 보강 1곳으로 판정했고 정면으로 갈린 6곳은 모두 내 규칙집이 살려둔 비유임을 보여주는 비교 카드 (자체 제작 이미지)
갈린 6곳은 전부 내 규칙집이 살려둔 비유였다. 살려둔 8곳 중 6곳을 지우라고 한 거다. 살아남은 2곳은 남의 글에서 따온 인용문이었다. 작업대·창고도, 포커도 지우라는 쪽에 들어갔다. 판정 AI는 작업대를 "임시 저장 공간"으로 바꿨는데 문장만 보면 멀쩡하다. 근데 메모리 두 종류를 처음 보는 독자한테 그 문단이 해주던 설명이 같이 사라진다. 포커는 더하다. 그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따지는 생각을 지우라는 얘기라 좀 웃겼다 ㅋ
왜 이렇게 갈렸는지는 문단 마지막 문장에 있다. "When a literal phrase is available, use it." 곧이곧대로 쓸 표현이 있느냐만 묻는다. 그 비유가 이 자리에서 뜻을 전하고 있느냐는 안 묻는다. 판정 AI도 이걸 빈틈으로 신고했더라. 낯선 걸 처음 설명하는 비유는 뜻을 전하는 쪽인데 곧이곧대로 쓸 표현이 따로 있으니 마지막 문장에 걸린다, 둘 중 뭐가 먼저인지 문단에 없다는 거였다.
예외도 걸렸다. 앤트로픽 문단에는 예외가 하나도 없는데, 판정 AI가 스스로 예외 두 개를 만들고 만들었다고 신고까지 했다. 하나는 인용문이다. 남의 글에서 따온 비유는 이 글 필자의 겉멋이 아니라고 읽어서 살렸다. 다른 하나는 짝을 이룬 비유인데, "죽은 회사"와 "살아 있는 파트너"처럼 대구로 붙은 걸 한꺼번에 처리했다. 둘 다 내 규칙집에 조항으로 적어둔 예외랑 결론이 같다. 다른 건 그 결론을 어떻게 냈느냐다. 내 쪽은 조항이라 매번 같게 나오지만 저쪽은 판정하는 모델이 그때그때 문구를 해석해서 만든 거라 다시 돌리면 달라질 수 있다.
거꾸로 간 한 곳은 저쪽이 맞았다. 앞에서 말한 "여기서 순서가 판정을 가른다"다. 내 규칙집은 이걸 비유로 보고 고치라고 했는데, 판정 AI는 "가르다"가 흔히 쓰는 서술어라 비유가 아니라며 살렸다. 다시 보니 내가 이 문장을 지운 이유는 비유라서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하지만"을 넣었거든. 앞뒤를 잇는 접속어가 들어갈 자리를 내용 없는 문장이 차지하고 있어서 지운 거였다. 고칠 당시엔 나도 비유라서 뭔 소린지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지. 이 문장은 비유 조항에서 빼서 문장 연결 조항으로 옮겼다. 외부 지침에 대보다가 내 분류 실수를 하나 찾은 셈이다.
3. 지워진 비유를 되살리는 기준은 옆 문장이다
지워진 비유를 되살릴지는 옆 문장을 보고 정하면 된다. 이 한 문단을 쓸 거면 돌린 다음에 지워진 비유를 한 번 훑는 게 맞다고 본다. 지워진 비유 앞뒤에 그 뜻을 곧이곧대로 적은 문장이 있는지 본다. 있으면서 그 비유가 낯선 걸 처음 설명하는 자리거나 글의 중심 생각이면 되살린다. 그런 문장이 없으면 지운 게 맞다. 남의 말을 따온 인용문은 원래대로 돌리고 짝으로 쓴 비유는 한쪽만 남기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지시문에 붙여두는 방법도 있다. 내 규칙집의 비유 조항을 앤트로픽 문단 뒤에 이어 붙일 수 있게 옮기면 이렇다.
비유를 지우기 전에 같은 문단을 본다. 그 비유의 뜻을 문자 그대로 적은 문장이 있으면 비유를 남긴다. 없으면 뜻을 푸는 문장을 넣거나 비유를 지운다.
글의 중심 생각을 담은 비유는 풀어 쓴다. 꾸밈일 뿐이면 지운다.
인용문 안의 비유는 손대지 않는다.
짝을 이룬 비유는 함께 처리한다.
한국어 글에 쓸 거면 한 가지 더 챙기자. 앤트로픽 문단의 예시는 영어 두 개뿐이다. 그래서 판정 AI가 "가르다" 같은 한국어 관용 표현 앞에서 비유인지 아닌지 스스로 정해야 했다고 신고했다. 내 글에서 실제로 걸린 한국어 예를 한두 개 같이 적어두는 게 낫겠다.
반대로 앤트로픽 쪽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비유는 필자가 고르지 않은 뜻까지 같이 전한다"는 문장이다. 내 규칙은 비유의 뜻이 풀렸는지, 그러니까 모자란 쪽만 봤다. 앤트로픽 문단은 비유 때문에 원래 뜻 말고 더 전해지는 쪽을 본다. 갭상승 글의 "범인"이 그렇다. 바로 뒤에 "갭상승으로 종목을 고르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고 물어서 뜻은 풀리는데, 통계로 원인을 짚는 자리에 범죄라는 뜻이 따라온다. 그래서 뜻이 풀린 비유에도 원래 뜻에 없는 게 따라오는지 한 번 더 묻는 항목을 규칙집에 넣었다. 15곳 중에 이 질문 때문에 판정이 바뀐 곳은 아직 없어서 정식 규칙이 아니라 검토 항목으로만 둔 상태다.
내 판단은 이렇다. 규칙집 없이 초안 한 편을 다듬는 사람한테는 이 한 문단이 값을 한다. 꾸밈 비유를 지우는 쪽으로는 확실히 움직인다. 판정이 같았던 7곳 중 고치라는 쪽 5곳은 내 규칙집도 이미 고치라고 한 비유였다. 대신 뜻을 풀어둔 비유까지 같이 지운다. 문서도 이걸 모든 AI 글의 해법으로 내놓은 게 아니라 특정 모델 글이 빽빽해질 때 쓰라고 적어둔 거고. 나는 이걸로 내 비유 조항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가져온 건 함의를 한 번 더 묻는 한 줄뿐이다.
3줄 요약
- 앤트로픽 문서의 한 문단은 비유 대신 하려는 말을 그대로 쓰라고 한다. 다듬어 달라는 요청에 붙여 넣기만 하면 된다.
- 내 비유 15곳에 걸어보니 뜻을 풀어둔 비유까지 지우라고 했다. 그 문단엔 뜻이 풀렸는지 묻는 기준이 없어서다.
- 돌린 뒤엔 지워진 비유 옆 문장을 본다. 뜻이 적힌 문장이 있으면 그 비유는 되살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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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공식 자료
- 앤트로픽 공식 문서, Prompting Claude Fable 5.1 중 Writing density: platform.claude.com
- 소식을 전한 X 게시물(@yulmu_coffee): x.com/yulmu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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